▲경남 산청군 신안면 엄헤산과 양천강를 거니는 원지산책로.
김종신
누더기가 해져서 속에서 나온 솜털 모양 같은 흰 깃털의 열매가 있다는 주홍서나물이 갈림길에서 다소곳이 고개 숙여 내 결정을 기다린다. 정상까지 불과 0.85km. 한달음에 걸어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올 듯 하늘은 회색빛이라 조심스럽고 낮은 산도 만만하게 볼 수 없어 산책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갈림길을 벗어나 강변 산책로로 걸어가자 산 쪽에는 잎들이 다 떨어지고 갈색 털을 가진 열매만 유난히 덩그러니 남은 털굴피나무가 서 있다. 아래에는 미국쑥부쟁이가 갈색 나뭇잎을 배경으로 독사진 찍듯 서 있다, 보랏빛 꽃은 마치 추워서 입술이 파래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