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시설단지에 부착된 차베스 프로파간다팔콘주에 위치한 석유화학시설단지에 부착된 차베스 프로파간다. CHAVEZ SOMO TODOS(우리 모두는 차베스다)라는 내용으로 차베스의 향수를 자극한다.
안준모
정부여당이 애초에 설계했던 경제정책이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해 유연한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산주의·사회주의 정권이 겪었던 톱니바퀴효과(Ratchet Effect)와 닮아 있다. 애초에 설계했던 경제정책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패한 경제정책의 연속선상에 덧붙여진 후속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하이퍼인플레이션 발생의 근본 원인은 산업 생산력 저하와 원자재 수입차질에 따른 재화부족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결과를 낳은 기존 경제정책을 변경하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대증적 방안을 선택했다. '인플레이션→최저임금 상승→인플레이션 가중'이라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 경제왜곡이라는 골병은 곪을 대로 곪아간다. 또한 석유수출에 정부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유가급락에 따른 플랜B나 긴축고려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유가는 현재 40달러 선마저 붕괴됐다.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선회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이런 경제왜곡을 통해 고통 받는 당사자는 베네수엘라 대중이다. 생필품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설령 구하더라도 기존의 통제가격보다 부풀려진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근래에는 사재기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일부 대형마트마다 지문날인기가 설치해 개인에게 할당된 수량 이상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갚는 데 허덕이는 정부로서는 수입업자에게 외환을 제대로 공급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외환수급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자국화폐(볼리바르)를 고평가하고 있으니 암시장환율이 폭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0년대 중국의 원자재 슈퍼 사이클에 의해 호황을 누렸던 베네수엘라로서는 지금의 경제난국을 컨트롤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12월 6일 치러질 총선은 축적된 대중의 불만이 폭발하는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본인을 차비스따(Chavista, 차베스를 추종하는 세력을 일컫는 말)라 생각하지만 마두로 현 대통령은 싫다는 응답이 전체 차비스따 중 절반에 달했다. 현재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대부분 야당, 민주연합원탁회의(MUD, Mesa de la Unidad Democrática)가 압승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여론조사 따르면 더블스코어 차이를 넘어 여당이 3배 차이로 야당에게 패배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