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붕어의 헛소리뷰책 표지
다생
<참붕어의 헛소리뷰>를 쓴 네이버 필명 '참붕어'는 나름대로 성공한 리뷰어다.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네이버 영화에서 400편 가까운 리뷰를 썼고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단다. 이 책은 그가 네이버에 쓴 리뷰 가운데 독자의 호응이 컸던 글을 추린 것이라고 한다. 비교적 최신 개봉작 위주로 가려 뽑아 시의성도 갖췄다.
물론 큰 기대를 갖고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이미 쓴 글을 책으로 옮긴 것으로 어떤 주제의식이나 통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영화리뷰로서 가치도 특출나게 여겨지진 않는다. 말 그대로 헛소리 반 리뷰가 반이지만 책의 제목이 '헛소리뷰'라니 차라리 솔직하다고 하겠다.
장점이 없진 않다. 리암 니슨을 니암 리슨으로 쓸 만큼 형편없는 지식을 갖췄으나 <겨울 왕국> 리뷰 등에서 엿보이는 잡학다식 함은 일품이다. 출판물치고 놀라울 만큼 많은 오자가 발견되는 무신경함이 불쾌하게 여겨지고 실린 글 사이에 재미와 통찰, 문장 등의 측면에서 편차가 크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읽히는 글 솜씨와 재치는 인정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소수이긴 해도 조금씩 엿보이는 남다른 해석이 '헛소리뷰'가 헛소리만이 아닌 리뷰적 성격을 지녔음을 알게 한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장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 라이즈> 부분은 언급할 만하다. <인터스텔라> 리뷰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를 '첨엔 <미지와의 조우>처럼 굴다가 나중에는 <화성침공>처럼 일방적으로 당해버리곤, <우주전쟁>처럼 허무하게 이겨버리는 것'이라고 평가한 부분은 <참붕어의 헛소리뷰>가 가진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맞추지 않은 로또를 '슈뢰딩거의 로또'로 표현하는 기발함도 그렇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선 브루스 웨인이 대기업 총수로서 범죄에 대응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을 비판하는데 특유의 병맛스러움 가운데 존중할 만한 통찰이 살아있어 읽어볼 만한 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장에선 소위 '어그로'를 끌어대는 수준이지만 내용과 문장 모두 나름의 스타일과 매력이 있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군데군데 적절한 풍자와 비평도 곁들여져 읽는 이로 하여금 영화와는 또 다른 창작물의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참붕어의 헛소리뷰>가 평론이 담당해야 할 역할의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심지어 기존의 점잔빼는 평론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참붕어만큼의 통찰도 보여주지 못하고 답 없는 어그로만 끌어대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가치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참붕어의 헛소리뷰 - 영화편
참붕어 지음,
다생,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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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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