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의 트리플 콘파냐
박소연
빌어먹을, 사흘의 트리플 콘파냐 주머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점점 더 여의치 않다. 결국 상황은 밥이냐, 커피냐의 양자택일을 요한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을 터, 인생(까지 운운하긴 거창해도 사실이라)은 짧기에 순간의 즐거움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진다.
나의 주말이 온통 '남'의 주말이 돼버린 비통한 금요일 밤에는 이름부터 달달한 카페 스위츠(sweets)를 주문한다. 보통 라떼 보다 진하고 달콤해 화나거나 우울한 기분을 저 멀리 날려버리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결과는 아니나 임상경험을 통해 효험을 확인한 바 있다.
아직도 반(밖에?)과 벌써 반(이나!) 사이에서 맞는 무념무상 수요일 오후에는 트리플 콘파냐를 주문한다. 사흘의 콘파냐는 참 심술궂다. '용용 죽겠지'라는 표정으로 어서 먹어보라는 듯 부추기는 몹쓸 비주얼이라니.
그 배경에는 하루 두 번 손으로 직접 쳐내 적당히 찰진 '빌어먹을(은 심했나하면서도 바꿀 의향은 제로)'을 부르는 크림이 있다. 미안하지만, 바로 내린 뜨거운 에스프레소 위에 냉장고에서 갓 꺼내 올린 차가운 크림이 묘하게 어우러져 입술에 닿는 찰나, 그때 느끼는 행복감은 백문이 불여일미(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