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초 5학년 2반 박미경 선생님과 이정호(가운데), 김경민 학생이 학교를 지키기 위해 한달간 피켓시위를 했다. 당시 사용한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심명남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진학할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행동에 나섰다. 특히 5학년 2반 학생들은 학급회의를 열고, 임원 4명을 중심으로 28명의 친구들이폐교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7가지 실천방안을 짰다.
담임이 아이들을 사주한 게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담임 박미경 교사에게 당시의 심정을 묻자 "처음 오해도 많았지만 이 사안이 교사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일인가"라며 "어른들은 생각은 있어도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데 우리 아이들이 민주 시민답게 자기들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자체가 대견하고 기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학급회의를 주도한 5학년 2반 이정호 학생은 "뉴스에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그냥 시청에서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학급회의를 했다"면서 "학교가 없어지면 6년간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싫어서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장경우 교감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아이들의 집회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신문사가 취재를 많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좀 당황도 했지만 중학교가 없어지면 초등학교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기에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지키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행동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판단이 달라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자제시키고 학교생활에 전념토록 했습니다."여수시는 정원 600명(24학급) 규모의 사립 외국어고 설립해 지역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인구유출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학부모 김미영씨는 "여수에서 한해 200명이 빠져 나가는데 이중 외고 진학은 20명 수준"이라며 "여수시장의 일방적인 폐교는 있을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반발여론이 커지자 여수시는 뒤늦게 시민단체에 협의체를 제안한 상태다. 시민단체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사립 외국어고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여수시 명문고 TF팀 관계자는 지난 11월 30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우린 외국어고 설립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나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를 듣고 그 부분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시민단체와 합의점이 생긴다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남도 교육청은 "학교 인허가권은 시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여수시가 월권하고 있다는 것. 같은 날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여수시가 추진 중인 사립외고 설립과 여도초․중학교 공립화 및 폐지와 관련된 사항은 어떠한 사항도 공식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된 것이 없다"며 "추후 여수지역 교육주체들이 합의한 사립외고 설립계획서가 제출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공유하기
'폐교 반대 집회신고' 낸 초등생들, 어떤 학교길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