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릇 시키고 군만두 받는 법, 조선일보 기자는 알까

조선일보의 <간장 두 종지>에 부쳐 -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등록 2015.12.01 16:33수정 2015.12.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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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만두와 간장 종지.
군만두와 간장 종지.mlbpark

올 3월 6일 방송된 <먹거리 X파일>에서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네 그릇을 시켜야 서비스가 나오는 중국집에 두 그릇이나 세 그릇으로 여러 번 배달을 시키고, 그때마다 그릇을 깨끗이 씻어 봉투에 담아 내놓은 다음 잘 먹었다는 메모를 남긴 것이다.

이후에 탕볶밥(탕수육+볶음밥)과 해물짬뽕, 두 그릇만 시켰는데 군만두가 서비스로 왔다. 그때 제작진임을 밝히고 물어본 결과, 그릇을 씻은 것이나 고맙다는 메모를 붙인 걸 주방과 배달원이 알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비스를 주거나 더 잘해줄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먹거리X파일 '당신은 착한 손님입니까' 캡처
먹거리X파일 '당신은 착한 손님입니까' 캡처채널A 갈무리

내가 고급 아시안 레스토랑의 서빙 알바를 할 때였다. 매주 금요일 나타나는 그 손님은 매번 같은 메뉴를 시켰다. 그 손님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늘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남기고 갔다. 주방과 홀 사이에서 일하던 나도 그 손님을 알고 있었는데, 그 손님이 나타나면 주방에서는 주문지부터 알아차리고 더 신경 써서 음식을 내곤 했다. 1인 테이블이라 매장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도 않았고, 한참을 앉아가는 데 비해 비싼 메뉴를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에 반해 사소한 이유로 자꾸 꼬투리를 잡고, 멀쩡한 음식을 '다시' 해오라고 요청하면서 끝까지 불평불만을 늘어 놓는 손님이 있었다. 나름 고급 식당인지라 음식에는 늘 최선을 다하던 주방에서는 결국 욕지거리와 함께 '대충' 음식을 냈다. "저런 손님은 없어도 된다"면서.

그리고 이런 일은 굉장히 흔했다. 편의점 알바를 할 때도, 행사 알바를 할 때도, 나를 비롯한 근무자들은 언제나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에겐 무언가 하나라도 더 주고, 규정상 안 되는 것도 눈감아주곤 했다. 대신, '갑질'하려 드는 사람은 규정상 되는 것도 안 된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 돼 안 해줄거야 진상손님 빨리 돌아가
안 돼 안 해줄거야 진상손님 빨리 돌아가SBS 학교의 눈물 1부 캡처

돈 주면 '감사합니다' 안해도 돼?

이번 주말엔 '간장 두 종지'에 화난 분이 있었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Why] 간장 두 종지).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을 시켰는데 사람이 4명인데 간장이 두 종지밖에 나오지 않아 더 달라고 했더니 거절 당했다는 것. 그 분노를 칼럼에 꼭꼭 눌러 담았다. "나는 거기를 가지 않을 생각이다. 00는 아닌데 한 번 맞춰보라" 식의 반협박에 가까운 말로 글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물론 간장이 두 종지밖에 나오지 않아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주목할 만한 대목은 중간에 '돈을 내면서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는 이상한 도시'라고 지금 우리 사회를 표현했다는 점이다.


아주 명문이며, 명 칼럼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만들어내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멋지게 드러낸다. 마지막 부분은 얼핏 보면 그 중국집을 망하게 하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유명세를 타 리뷰가 많아지고, 사람들이 일부러 그 중국집을 찾고 있는 모습을 보라.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세련(?)되게 보여줌과 동시에 노이즈 마케팅으로 그 중국집의 매출을 올려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다. 내수 활성화에 도움까지 주는 이런 칼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돈으로 우승컵을 사려고? 천만의 말씀
돈으로 우승컵을 사려고? 천만의 말씀유성호
'돈'을 내면 자신이 '윗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전근대적이다. 돈은 교환을 위한 재화지, 계급을 정해주거나 돈을 받는 존재를 자신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명언(?)을 남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경은 '돈으로 우승컵을 살 수는 없다'는 말도 남겼다. 돈으로 축구 우승컵도 살 수 없는데 사람을 어찌 살 수 있을까. 돈을 지불한 것은 단순히 상대의 서비스와 교환을 위해 필요한 행위일 뿐이다. 상대와 돈을 지불한 '나'는, 돈을 주기 전이든 후든 여전히 상호 평등한 관계다. 위의 사례처럼 '그릇을 씻어줄 당위성'까진 없지만, 상대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간장님'을 가져다주는 기계와 살고 있지 않다. 우리에게 '간장'을 가져다주는 건 '사람'이다. '사람'은 친절에 반응하는 존재고, 감정이 있으며 인격이 있다. 가끔 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똑똑한 사람들은 '나만'이라는 수식어로 자신을 정의하기 시작한다. '나만 똑똑해'와 같은 것들이다. 그 순간 '내'가 아닌 존재들은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무시 받아도 될 객체로 전락한다. 그분이 감히 '아우슈비츠'를 이야기했기에 나도 한마디 하자면, 그런 생각은 게르만족'만'이 우수하며 다른 민족은 열등하다는 생각과 다를 바가 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나는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글을 쓰는 매체는 더 이상 보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을 돈만 주면 무시해도 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옳다고 여기는 곳이 어딘지 밝힐 수는 없다. '중앙일보' '한겨레' '오마이뉴스'는 아니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최효훈 #간장 두 종지 #조선일보 #오마이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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