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의 뒷모습(2007. 여름 횡성군 우천면 자작나무숲미술관에서)
박도
'내가 만난 도법스님'다가오는 12월 5일 전국농민회 총연맹의 집회를 앞두고 주최 측과 정부(경찰) 측은 한 철길에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 일보 직전에 있다. 이런 일촉즉발의 위기 가운데 다행히 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12월 5일 집회가 평화 시위 문화의 전환점이 되도록 차벽이 들어섰던 자리에 종교인들이 사람 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하여 명상과 정근을 하며 우리 불교인들이 평화의 울타리이자, 자비의 꽃밭 역할을 하겠다"라고 화의 중재에 나섰다.
그분은 "부처님의 일생을 보면 늘 고통 받는 사람을 품어 안고, 당신의 제자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한 식구처럼 살기도 했다"는 원론의 말씀과 함께, "우리 속담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면서 더불어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저자거리의 말을 인용했다. 당신은 "싸움이 있는 곳에 싸움을 말리는 사람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분의 진정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이지만, 나는 이 시대를 사는 한 백성으로 우선 그분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와 함께 지지의 성원을 보낸다. 나는 이전에 그분을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었고, 그분이 쓰신 책도 두어 권 열독한 적이 있기에 '내가 만난 도법스님'이라는 주제로 그분의 근본 사상과 언행에 대해 몇 줄 쓰고자 한다.
나는 2004년 여름 실상사에서 열린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서 주관하는 '생태농업 4계절 체험 여름가족캠프'에 참석했다. 그때 실상사 법당에서 도법 스님을 처음 뵙게 되었고, 즉문즉설을 들었다. 그날 들은 많은 말씀 가운데 두 말씀이 아직도 쟁쟁히 남아 있다.
"사람들이 똥 오줌을 더럽다고 하는데 그것을 누가 만들었는가? 밥과 똥은 분리시킬 수 없다. 이는 연못이 있어야 연꽃이 피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밥과 똥을 분리시키며, 똥은 더럽다고 숨기려고만 한다.""삶의 근원 문제를 경제 논리로 풀려면 오히려 싸움판을 만들어 놓는다" [관련기사] 천왕봉 산자락이 포근히 감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