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지곡사터에는 웅석봉 선녀탕에서 흘러나온 물들의 맑고 단아한 물소리가 정겹다.
김종신
농익은 가을이 저수지 속에 담겼다. 저수지는 알고 있을까 화려했던 지곡사의 옛날을. 지곡사는 남명 조식 선생이 즐겨 찾은 절이다. 선생이 지곡사를 찾는 날이면 인근 선비들이 찾아와 선생에게 가르침을 청했던 곳이다.
또한,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는 무기제조창이었다. 1592년 진주성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이 염초(焰硝) 150근을 미리 구워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는데 염초를 구운 곳이 바로 지곡사였다. 이곳에서 조총을 제조하기도 했다.
무심한 저수지를 뒤로하고 1km 거리에 있는 선녀탕 쪽으로 걸었다. 작은 개울에 물 흘러가는 소리가 졸졸 따라온다. '개울 건너서 웅석봉 가는 길' 안내판이 나온다.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는 웅석봉(熊石峰)은 산세가 험하다. 1099m 꼭대기가 곰같이 생겼다는 웅석봉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먼발치의 산들은 안개에 덮여 있다. 다시 돌아 저수지를 바라보자 저수지 둑을 경계로 저너머 산이 물에 잠겨 아름다운 기하학 무늬를 만든다. 작은 개울을 건너면 지리산 둘레길이다. 개인 사유지 옆을 지나 웅석봉을 둘러가는 길인데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건넜던 개울을 다시 돌아왔다. 저만치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