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가 진화하면서 관련 범죄도 나날이 증가 중이다.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14조에 따라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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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무개씨는 지하철 전동차 안이나 승강장, 버스 정류장, 길거리 등에서 여성들을 촬영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여학생 등 주로 젊은 여성들이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 있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어느 날 여성의 뒷모습을 찍던 이씨는 경찰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그의 핸드폰에는 59장의 여성 사진이 담겨있었다.
서울북부지법(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은 10월 22일 이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가 초범인 점을 감안한다면 형이 상당히 세다. 한 달간 수 십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여성의 치마 속이나 허벅지 등을 부각시켜 촬영한 점을 "죄질이 불량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진 59장 중 16장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6장은 교복 치마를 입은 여고생들의 전신사진,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걸어가는 뒷모습 사진,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서 있는 여성 사진, 버스 승강장에 짧은 하의를 입고 서있는 여성 측면 사진 등이었다. 왜 그랬을까.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재판부는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2008도7007)을 제시한 뒤,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게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전통적으로 유교적 성향이 짙던 우리 사회에서도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거치면서 시스루, 탱크 탑,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 여성 패션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반면에 무단 촬영과 관련하여 범죄화 내지 형사분쟁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이동통신기기의 발달로 여성에 대한 무단촬영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는 구별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타인의 신체를 무단촬영 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고, 예외적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경우"만을 처벌한다. 재판부는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북부지법 "몰카 처벌 조항 엄격하게 해석해야"재판부는 "만약 (엄격하게) 제한 해석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개인의 모든 사진이나 영상물이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과 수치감이 든다는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으로 인해 범죄화 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적어도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은 촬영 각도나 신체의 특정 부위를 부각하려는 의도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벌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게 보지 않으면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전신은 그 자체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는 극단적 해석까지 가능하다"고 위험성을 경계했다.
재판부는 "일반 시야에서는 평범한 전신이던 것이 영상화되기만 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가 되는 것도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초상권의 문제와 처벌입법의 공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처벌 범위를 확대하여 형사범죄의 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이나 ▲ 얼굴까지 다 나오는 통상적인 시야에 비친 모습의 사진은 처벌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이 사건은 이씨와 검사가 모두 항소하여 현재 서울북부지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가지 법원 판결에 수긍이 가는가. 사실 법률전문가건 일반인이건 어디까지 어떻게 촬영해야 유죄이고, 무죄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확실한 것 2가지는 현행법은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촬영행위만을 처벌하고 있다는 점과 스스로 원해서 노출한 신체를 찍어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저것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삼가자. 형사처벌은 용케 피했더라도 민사 법정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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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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