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열린 책들
우리는 언젠가부터 첫사랑의 설렘과 따뜻했던 시절 인연을 잊은 채 살고 있는 듯합니다. 그만큼 먹고 살기 바쁘고 두렵기만 한 현실의 벽이 너무 크기 때문이겠지요. 하루살이처럼 온 정신을 일에 매달려 살다보니 이해타산적인 관계만이 올가미처럼 에워싸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처럼 지금보다 더 어렵게 살던 시절에도 애틋했던 사랑의 감정과 포근했던 친구의 우정은 더 충만했는데도 말이지요.
홀로 42년을 살아오며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저 또한 30대 중반부터 내면의 순수성이 점차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 옛날 영어선생님을 향한 풋사랑의 기억도, 초콜릿을 주며 저에게 첫사랑을 고백했던 당찬 소녀와의 추억도, 그리고 국문과 사무실함에 몰래 편지를 넣으며 짝사랑을 고백했던 순수함의 시절도 모두 사라져버린 느낌입니다.
1980년대 초반 부모님과 같이 살던 옥상이 있는 양옥집 앞은 온통 논과 밭으로 뒤덮였습니다. 비만 오면 진흙탕 놀이터로 들어가 동네 아이들과 소꿉장난을 하며 뛰놀던 추억이 아른거립니다. 이맘때처럼 추운 겨울이면 장작불을 놓고 쥐불놀이, 팽이 돌리기, 잣 치기, 얼음 비석 까기, 구슬치기 등을 하며 얼굴이 까매지도록 놀았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그 시절 저에게 있어 또 하나의 추억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의 대면입니다. 오늘 같이 첫 눈이 소복히 내렸던 초등 5년 시절, 이름 모를 묘령의 대학생 누나가 마치 나에게 종교의식을 치르듯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읽었던 <어린왕자> 스토리를 전해주며 울먹였던 이상한 기억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건 그 묘령의 누나가 눈꽃여왕처럼 정말 예뻤다는 것이었죠.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던 누나는 코끼리를 삼키고 있는 보아뱀의 장면을 보여주며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마음으로 보는 눈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당시 꼬맹이였던 저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말 만 남기고 그녀는 홀연히 떠나갔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어린시절 우연히 만난 눈꽃여왕의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