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무를 심기위해 텃밭 작업중이다. 배추와 무를 심기위해 텃밭 작업중에 삽을 꽂아 놓았다.
한윤희
다음날 저녁에 꽃집에 들러 배추모종 40개와 김장 무씨 한 봉투를 사서 텃밭에 심는다. 이랑에는 지그재그로 배추 모종을 심고 고랑에는 무우씨를 서너개씩 흩어뿌림한다. 밭이 넓으면 엉성하게 모종을 심고 무씨를 뿌려도 좋으나 5평 텃밭에는 밀도 있게 심고 뿌려야 한다.
서서히 자라다 보면 죽는 것도 있을 것이고 무씨 같은 경우는 발아도 안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죽지 않고 다 살아 난다 해도 솎아주면서 중간중간 수확을 할 수 있으므로 목표치보다는 많이 심어놓는 것이 좋다. 이젠 물주기, 김매기와 가끔 솎아주기 그리고 비료를 주기만 하면 되리라.
모종과 씨를 뿌린 뒤 3일 만에 가보니 배추 모종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좁쌀 만한 까만 벌레가 모종마다 붙어 있어 배추 모종에 구멍을 숭숭 만들어 놓았다. 아, 열받는다. 벌레가 작아서 잘 잡히지도 않는다. 한두 마리가 아니니 벌레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꽃집에 들러 배추에 붙은 좁쌀 만한 벌레를 죽일 수 있는 약을 달라고 했다. 꽃집 주인은 다이아톤이라는 가루약을 주면서 되도록 아침에 뿌려야 좋다고 한다.
다이아톤을 적당히 뿌리고 며칠 뒤에 가보니 갈색의 다이아톤 가루는 여전히 배추 모종에 묻어 있고 여기저기 배추 모종에 벌레들이 죽어 나자빠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새로 솟아나는 배추 잎은 농약이 묻지 않은 상태로 새싹이 자라고 있다. 공들여 심어 놓은 배추 모종을 벌레들이 다 갉아먹어, 숭숭 뚫인 구멍을 보았을 때의 열받음이 이제는 벌레가 죽어 나자빠져 있는 통쾌함으로 바뀐다. 이게 생존의 법칙이며 세상의 이치이니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