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덴 조 사원 내부.넓은 경내에 전각 몇 채 만이 드문드문 보인다.
노시경
나는 사원의 박물관을 나와 사원의 담장 안에 펼쳐진 대지와 전각들을 둘러보았다. 에르덴 조 사원은 1586년에 북원(北元)을 지배하던 칭기즈칸의 후손, 아쁘타이 사잉 칸(Awtai Sain Khaan)이 건립을 시작해 30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조금씩 완성된 사원이다. 사원 안은 텅 비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대지 위에 건물 몇 채 만이 드문드문 보였다. 광활한 사원의 모습이 정말 몽골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하르호린이 수도였다고 믿을 만한 왕성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원나라 당시의 여행가들이 남긴 기록에는 수많은 벽돌 건축물과 2개의 큰 이슬람 사원, 12개의 몽골 샤머니즘 사당이 있었다고 하나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 각지에서 수많은 상인들과 문물이 모이던 세계 수도의 모습은 사라지고 사원의 대지에는 넓은 공원 같은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왕성 터 위에 세워진 에르덴 조 사원도 번성할 당시에는 스투파로 만들어진 담장 안에 60 여 개의 전각과 함께 300개의 게르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번성함을 찾을 수 없다. 청나라의 하르호린 침공 당시 하르호린이 쑥대밭이 되면서 에르덴 조 사원도 많은 전각들이 허물어졌다.
몽골이 소련의 영향을 받는 사회주의 국가가 된 이후에도 다른 불교 사원들과 같이 에르덴 조 사원도 파괴되고 방치되었다. 특히 1930년대 소련의 스탈린 독재 정권이 일체의 종교를 허락하지 않으면서 에르덴 조 사원은 아주 심하게 파괴되어 아예 문을 닫게 되었다. 다행히 에르덴 조 사원을 포함한 몽골의 사원들은 최근에 복원이 되어 외국인들에게도 문을 개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