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가정’ 매콤해물갈비숨은 맛집 '한가정' 이 집에는 해물에 숨은 갈비가 있다?
전병호
갈비 있는 해물이 무엇일까? 고갈비의 고등어? 아니면 상어? 고래? 일단 '해물갈비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나타난 이 놈의 정체는 헉! 이것은 진짜 갈비! 그랬다. 각종 해물과 어우러진 갈비탕이다.
'참 신선한 메뉴다. 그리고 정말 끝내주는 맛이다.' 전주 인후동에 숨어 있는 맛집 '한가정' 심한철 사장님은 이렇게 우연히 만났다. 음식은 사장님은 첫인상처럼 맛깔나게 나왔다. 소주 한 병을 시키고 보니 사장님도 마침 식사 중이라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되었다.
국숫집을 한다고 했더니 '전주 인후동 맛집'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급관심을 보였다. 말문을 연 사장님은 그동안 겪었던 산전수전 공중전까지의 경험담을 이 집 음식 맛처럼 맛깔나게 풀어 주었다.
"음식 장사는 다 임대료 싸움이지요. 나도 한때는 돈도 좀 벌어봤고 힘들어도 봤는데 지금은 그나마 이 건물이 내 건물이라 임대료 부담이 없으니 그럭저럭 버틸만 한 거지요."이 바닥 수십 년 선배인 심 사장님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후배의 앞길이 안쓰러웠는지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한가정' 사장님의 말을 듣고 나니 가게 오픈하겠다며 동분서주했던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진짜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돌이켜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퇴직 후 글쟁이 코스프레 하면서 근 1년을 지냈고 그 다음 찾은 길이 바로 국수장사였다. 말로만 듣던 사장님 소리를 직접 들으니 처음엔 괜히 들뜬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자영업자 사장님이라는 타이틀이 그리 부러워할 만한 타이틀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전에는 몰랐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 문제라고 생각했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만난 '메르스'라는 괴물 같은 역병은 차원이 달랐다. 하루가 다르게 '뚝뚝' 떨어지는 손님은 힘없는 동네 자영업자를 멘붕에 빠뜨렸다.
그때 다시 깨달았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도 정치가 나와 멀다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정부는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 주고 위험이 닥쳤을 때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자 정부는 우리 곁에 없었다. 뽑아 주기만 하면 국민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로 일하겠다던 그 흔한 정치인도 우리 곁에 없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도생 해야 했다. 매일 자기 밥그릇 싸움 하는 것이 역겨워 그동안 정치로부터 무관심해지려 했던 나를 돌아봤다. 그때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정치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이라는 것을. 정치는 선거에서부터 시작이고 그 선거를 통해 누구를 뽑느냐가 이리 중요한지를.
'식당이나 차리지' 과연 그럴까?"에이 뭐 갈 데 없으면 식당이나 하나 차리지 뭐."직장인들이 술자리서 종종 하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국숫집 사장으로 사는 지금 나는 이제 '식당이나 하지 뭐'라는 말의 헛헛함을 뼈아프게 되새기고 있다. 아니 이 세상에서 가장 무모하고 어려운 도전이 바로 음식 장사인 것 같다.
실제로 국세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영업자의 생존율은 불과 16.4%에 불과하다고 한다. 2004~2013년까지 창업한 개인사업자 건수 949만 건 중 현재까지 버티고 있는 업체는 불과 156만건이라는 말이다. 이들 자영업자 중 음식업 종사자가 가장 많으며 폐업율 또한 가장 높다고 한다. 음식점 창업을 다들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은퇴자나 퇴직자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음식점이고 기존의 음식점업 폐업자들이 재창업 시 뛰어 드는 곳은 도로 음식업이다. 실제 2014년 치킨집을 창업한 자영업자는 3920명이고 폐업한 치킨집도 2775명이라 한다. 지금 이 시간도 누군가는 폐업하고 그 자리에 누군가는 또 치킨집을 창업하고 있다는 말이다. 창업 3~4년 뒤 살아 남는 치킨집은 4분의 1도 안 된다고 하니 이 나라 자영업자들은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행인지 2015년 10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창업 관련 국민의식 변화와 시사점' 조사자료에 의하면, 창업에 대한 인식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다. 그럼에도 아직 수많은 예비창업자가 대기하고 있으며 그 중 만일 창업을 할 경우 여전히 27.3%는 무덤 같은 음식, 숙박업을 하겠다고 하니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왜 이 무모한 길을 선택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