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고등하교 총동문회 흉상건립추진위원회가 회원들에게 흉상기금을 요청하는 문자.
김종술
익명을 요구한 총동문회 회원은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지난 9월에 열린 공주고 총동문회 긴급 이사회에서 흉상 건립 소식이 일방적으로 선포됐다"며 "같은 자리에 있던 일부 회원들이 '왜 살아 있는 사람의 흉상을 세우려 하느냐?', '왜 공립학교에 흉상을 세우느냐?'라고 크게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후 일부 회원들이 오시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상의도 없이 총동문회 이름을 팔아먹었느냐'고 항의하면서 총동문회가 아닌 회원 40여 명이 개인적으로 흉상 건립을 추진해 약 7천만 원 모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총동문회가 흉상건립추진위원회 이름으로 모금을 종용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동문들에게 보내왔다"며 "우편물에는 1억 원을 모금하여 5천만 원으로 흉상을 제작하고, 나머지 5천만 원은 장학금으로 기탁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고, 최근까지도 모금에 참여하라는 문자가 왔다"고 전했다.
"구성원 모르게 일방 추진... 교사 90% 이상이 반대"18일부터 등굣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박종우(전교조 공주지회 사무국장) 교사는 교직원과 학생을 상대로 흉상 건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전했다.
박 교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교사 52명 중 90.4%(47명)가 반대의사를 밝혔으며 찬성은 9.6%(5명)에 그쳤다. 학생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245명 중 86.9%(213명)이 반대했으며, 13.1%(32명)만이 흉상 건립에 찬성했다.
박 교사는 "공주고 총동문회가 5.16 쿠데타 주역이었던 김종필씨의 흉상을 제작해 교정에 세우려고 하는 것은 공주고의 수치이자 전 공주 시민이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김종필씨가 우리나라 정치와 역사에 이바지한 공과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교육 현장에 살아있는 사람의 흉상을 건립하는 것 자체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냉정하게 공과를 평가해도 김종필 전 총리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쿠데타에 가담했으며 독재 정권 하에서 온갖 부귀영달을 누렸다"면서 "반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전혀 이바지한 바가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공주시 신관동에 사는 김아무개(43)씨 역시 부정적 의견이었다. 김씨는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교육 현장에 흉상을 건립하는 건 옳지 않아 보인다"며 "더욱이 추진 과정 또한 투명하지 않았고, 여기에 시민의 대표인 오시덕 공주시장이 앞장선다는 것도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