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만드는 금강산 관광, 결국 국민에 달렸다

[한평논단] 진정성 있는 접근, 남북 평화 이끌어

등록 2015.11.18 18:43수정 2015.11.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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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포럼(공동이사장: 임동원, 백낙청)이 통일외교 분야 시니어들의 글을 이어서 싣는 <한평논단>을 발행합니다. 2주에 한 차례씩 올리는 <한평논단>의 글은 일반 칼럼보다 조금 길고 보다 풍부한 내용을 담게 될 것입니다. 필진은 평소 언론에 글을 잘 발표하지 않는 통일외교분야 전직 관료, 학자, 시민활동가들로 구성합니다. 필자는 김상근 기독교 목사이자 통일운동가입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바랍니다.... 기자말

금강산관광이 뭔데? 관광이지. 수십 년 동안 디뎌볼 수 없었던 세계적 명산을 오르는 관광등산이다. 아름답고 기기묘묘한 만물상 봉우리들, 높고 깊은 산뿐이련만 쏟아져 떨어지는 구룡폭포, 옥색 물 가득 담은 옥류담, 어디 가서 이 신비를 볼 수 있을까? 그냥 관광이라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나 수준 높은 관광이다. 아! 그것은 비경등산이리라.

금강산관광이 뭔데? 비경등산을 넘어 인문학 강의다. 안내원은 숙련한 입담으로 시 읽어주듯 비경을 강의하더라. 우리 벌어진 입은 연신 감탄을 내쏟았다. 문학과 역사, 비사와 정사를 줄줄 막힘없이 읊어댄다. 배우고 달달 외운 것이라 하더라도 세계적 수준이다. 그 강의 다시 듣고 싶다. 아! 그것은 수준 높은 인문학 강의였으리.

금강산관광이 뭔데? 그러나 긴장이었다. 관광 초기였다. 서로 긴장했다. 경계심도 발동되었다. 해서는 안 된다는 일도 여러 가지였다. 껌 뱉으면 벌금 얼마, 휴지 버리면 벌금 얼마. 금지된 쪽을 찍으면 사진기 압수였다. 소변이 급해도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방뇨는 벌금이 글쎄 얼마였던가? 꽤나 비쌌을 게 분명하다. 말도 조심해야 했다. '존엄'을 입에 담으면 안 된다. 남쪽을 자랑해도 안 된다. 어디론가 끌고 갔다. 안내원은 겸직이었다. 안내와 감시다. 자유분방에 익숙한 우리는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그것은 남북분단 현장체험이었다.

금강산관광이 뭔데? 그런데 어느새 넘어서더라. 금강산관광, 그것은 친해짐이었다. 얼마 후에, 또 얼마 후에 여러 번 가게 되었다. 긴장은 어느새 확확 줄고 있었다. 안내원은 사진도 찍어주고 나란히 서 피사체가 되어 주기까지 한다. "그런 말씀 하지 말라요." 경고는 가볍고 애교 있었다. 전과 퍽 달라졌다. 농담까지도 주고받는다. 내가 "며느리 삼고 싶다." 했더니 이내 "아버님, 아버님"한다. 이름도 알려 준다. 아, 그것은 친해짐이었으리.

그렇다. 금강산관광은 남과 북, 북과 남의 너와 나를 슬그머니 가까워지게 하는 마력의 자장에 들어가는 것이더라. 너를 너로 보게 해 주더라. 너를 사람으로 보게 해 주더라. 너를 친해도 되는 너로 받아들이게 해 주더라.

금강산관광, 분단 넘어 '통'을 내오는 것

 적막한 통일의 문...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난 2008년 7월 20일 파주 통일대교 앞(지료사진).
적막한 통일의 문...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난 2008년 7월 20일 파주 통일대교 앞(지료사진).연합뉴스

그렇다. 금강산관광은 분단을 넘어 '통'을 내오는 것이다. '통', 우리말 통은 '서로 이어지다'라는 뜻이다. 한자 '通'은 '통할 통' 통한다는 뜻이다. 분단 당한 우리, 기는 막혀 있고 피는 흐르지 못한다. 신경이 위아래로 오르내리지 못한다. 병이 너무 깊다. 심하다. 금강산관광은 이어지게 하는 '통'이다. 꽉 막혔던 우리 사이를 통하게 하는 '통'이다. 끊어진 것을 잇고, 막힌 것을 통하게 하는 '통'이더라.

그 '통'이 이뤄지는가 했는데 다시 막혔다. 분단 70년을 지나고 있다. 그냥 이대로 지나는 것이 뭐 나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나쁘다. 별 문제없지 않은가? 문제투성이다.

그로 해서 우리 심성이 피폐해져 버렸지 않은가? 피폐해졌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만큼 깊이 피폐해졌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 '제국주의자는 죽여도 좋다.' 서로 죽였다. 얼마나 많이 죽였고,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 서로 원수가 되었다. 사람을 죽였는데 가책이 없다. 우리 심성을 짐승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인성을 잃게 한 것이다. 인성이 온전해야 인간이다. 분단된 남북, 북남의 우리는 인성상실을 강제 당하고 있다. 인성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로해서 쓴 돈이 억수고, 쓰게 될 돈이 또한 억수다. 분단대결 현실이 국가조직의 기본원칙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거기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안보가 최우선의 가치가 된 세상이 되었다. 상대의 무력을 억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쓸 수밖에 없다. 무기 한 기 값이 수 조원에 이르는 게 수두룩하다. 실제로 사용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배치해 놓는다. 상대가 무력을 높이면 또 억제력을 확보하는 무기를 만들고 사야 한다. 돈을 물 쓰듯 썼고 쓰고 있다. 남이 북이 70년 동안 쓴 돈, 천만-천억-천조 혹 경을 넘었을까. 그 돈을 우리가 모두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데 쓴다면 얼마나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붓게 될 것이다. 허튼 데 쓴 게 아닌데 그러나 허투루 쓴 것이다. 이 아까운 재화를 사람답게 사는 데 쓰게 되어야 한다.

그로해서 우리청년들은 자기의 황금시간을 분단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우리 남쪽은 모든 청년이 군복무를 해야 한다. 국민의 의무다. 군 복무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된다면 그 나이에 뭘 할까? 그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날 것이다. 수많은 가능성을 향해 자신을 열어갈 것이다. 자신과 사회의 희망을 위해 매진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내오게 될까? 세상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도 전쟁위협이 없는 나라의 젊은이들처럼 희망을 향해 자신을 쏟아 부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통'의 단초 될 수 있는 금강산관광, 속히 열어야

그러니 '통'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금강산관광 속히 열어야 한다. 단숨에 재개해야 한다. 박왕자씨의 죽음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 아니다. 천안함 사건을 불문에 부치자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그것을 넘어 금강산을 어떻게 열까?' 궁리하고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앞선 두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지금 대통령도 그래야 한다.

그리하려면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목합지뢰사건이 있던 날 대통령은 남북철로를 잇는 행사에 참석하여 테이프도 끊고 침목에 기념 사인도 했다. 남북철로를 잇겠다고 하는 것이다. 남북철로로 아시아 대륙을 가로 질러 유럽까지 물류 길을 뚫겠다고 한 것이다. 북하고는 한 마디 협의도 안한 채 그랬다. 행사를 하겠으면 남북공동으로, 거기 미치지 못하면 적어도 남과 북에서 동시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이 어떻게 생각할까. 북이 흔쾌히 동의하고 나올까? 남이 먼저 한 것이지만 따라 하자고 할까? 북이 그만하다면 다행이련만 천만의 말씀일 것이다. 진정성을 가져야 북도 마음을 연다.

그리하려면 6.15, 10.4공동선언을 계승해야 한다. '통'을 만드는 거의 모든 정책이 거기 이미 담겨있다. 남북철로로 대륙을 횡단하는 정책만 해도 그렇다. 김대중 대통령 때 남북이 이미 합의했던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 때 이미 그 방안까지 남북이 협의해 놓았던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은 눈 하나 끔뻑하지 않고 새로운 구상인 양 한다. 평화의 길을 여는 것이라면 그 두 대통령의 것이라도 계승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대통령이어야 분단을 넘어 평화를 이뤄갈 수 있다. 그렇게 하는 대통령이 정직한 대통령이다. 정직해야 존경받는 대통령이 된다. 위 두 공동선언을 계승해야 북이 평화의 길에 호응한다. 계승하겠다고 하면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그렇더라도 그리해야 한다. 그래야 '통'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단극복이라는 시대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이라면 꼭 그래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하겠다는 데 집착하면 '통'을 만들지 못한다.

그리하려면 대통령에게 북을 견인해 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마냥 상대가 무릎을 꿇게 하겠다는 데 급급하면 안 된다. 지난 번 여야 지도자를 초청하여 회담(?)하고 손님을 배웅할 때의 박 대통령을 보고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손님이 3년 전 자기에게 했던 말을 웃음을 띠며 꾸짖었다. 자기는 초청자고 상대는 손님이다. 혹 마음에 섭섭함이 있더라도 그걸 드러낼 자리가 아니다. 여염 집 아낙도 자제한다.

하물며 대통령이지 않은가? 동과 서, 남과 북,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지지자와 반대자를 모두 아울러야 하는 대통령이다. 꽁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증오의 심성으로는 남북을 품어 안을 수 없다. 대통령의 눈에 증오가 이글거리면 안 된다. 대통령 마음은 크고 넓어야 한다. 사사건건 대결하려 하고 그때마다 이기겠다고 하면 '통'을 이룰 수 없다. '어떻게 해야 북을 견인해 낼 수 있을까?' 에 집중해야 한다. 북이 좋은 마음으로 맞들게 하는 것이 견인력이다.


그렇다. 관건은 남북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문제에 진력하는 듯 보이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경우에 국내용이라는 의혹을 지을 수 없다. 지난 8. 25 당국자 회담 때 대통령이 훈령을 보낸 것이 이를 확증한다. 훈령이란 회담 당사자에게 암암리에 주는 것이다. 그런데 수석비서관 회의였던가 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내렸다. 그건 훈령이 아니다. 국민, 특히 자기 지지자를 의식한 행위일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내용이었다. 남북문제를 국내정치에 차용하면 안 된다. 대통령은 누구든 훨씬 어른스러워야 한다. 내공이 깊어야 한다.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만든 것이 경륜 아니냐고 할 것인가? 그건 부위원장이 공언해 버린대로 흡수통일준비위원회 아닌가? 흡수통일은 '통'이 아니다. 둘을 서로 이어지게 하는 '통' 아니다. 걱정이다. '통일준비'는 남북이 함께 할 때만 된다. 어느 쪽이든 혼자 하는 것은 단언컨대 '통'준비가 아니다.

기댈 데는 국민이다. 원래 국민이 주인이고 주체다. 대통령은 국민이 똑똑한 만큼만 국민을 따른다. 국민을 존경하지 않는 대통령일수록 그렇다. '통'을 만드는 금강산관광, 결국 국민에게 달렸다. 생각하자.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시대에 주권을 행사하는 것인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주인 됨인지를.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상근은 기독교 목사이자 시민운동가이며 통일운동가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의 고문이다. 일찍 기독교사회운동에 앞장섰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를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을 지냈고,남북관계가 어려워진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아 민간통일운동을 이끌었다.
#금강산관광재개 #남북관계 #통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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