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새던 샤워수전을 난생 처음으로 내 손으로 교체했다. 노후된 단독주택에 사는 일은 아빠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리고는 나의 첫 '샤워수전 교체기'가 시작됐다. 일단 인터넷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해 놓은 블로그를 찾아보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제품 사용설명서도 꼼꼼하게 읽었다.
먼저 고장 난 샤워기를 뜯어내야 했다. 블로그 선배들은 '뜯어낸다'는 한 마디로 설명을 끝냈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우선 뜯어낼 샤워수전에 맞는 공구가 필요했다. 다행히 공구함을 열심히 뒤져보니 맞는 공구가 있었다. 그리고는 돌리고 돌려서 샤워수전을 뜯어냈다.
헉! 그런데 뜯고 보니 벽 속에 숨어있는 수도관이 나타났다. 그 수도관과 새 샤워수전을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사온 샤워기 수전이 딱 들어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말 그대로 헛수고만 하고, 사람을 불러야 할 판이다.
다행히 규격은 잘 맞았다. 어찌 어찌하여 샤워기를 모두 조립한 뒤 물을 틀었다. 그런데 벽에서 물이 새어 나왔다. 헐~ 그럼 그렇지, 단 한 번에 잘 될 리가 있겠나. 다시 뜯었다.
뭘 잘 못했나 곰곰이 살펴보니 수도관을 연결할 때 빈틈을 매워주는 흰색 테이프, 즉 '테프론테이프'를 감지 않은 것이다. 철물점으로 뛰어가 테프론 테이프를 사왔다. 이번에는 단단히 테이프를 감고 조립을 마치니 이번에는 물이 새지 않았다. 휴~
"다 됐어. 이쯤이야 뭐~ 돈 굳었지?"나는 의기양양하게 아내에게 큰 소리를 쳤다. 아내는 "오~ 대단한데?"라면서 내 엉덩이를 두들겼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이에게 "아빠가 다 고쳤다!"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내 '맥가이버 도전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두 달이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양변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노후한 양변기를 언젠가는 교체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결국 사고가 난 것이다. 물 내리는 손잡이와 연결된 쇠고리가 낡아서 끊어졌기에 임시방편으로 클립 등으로 이어서 사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물이 내려가는 것을 막고 있는 고무패킹이 찢어진 것이다.
"어쩌지?"라고 묻는 아내의 눈빛은 수리공 아빠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 달라는 주문으로 들렸다. 난 완강한 말투로 말했다.
"이건 너~무 낡아서 안 돼. 이참에 아예 변기까지 다 교체해야겠어."사실, 부품만 갈아도 될 것 같기는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돈이 좀 들더라도 새것으로 교체하면 10년은 문제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내가 좀 알아봤는데, 양변기 교체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 것 같아. 어때? 바꿀까?""알았어. 자긴 돈도 많네."힘없이 내뱉는 아내의 말투가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교체할 자신도 없으면서 부품 사다가 양변기를 뜯는다면 아마도 돈만 버리고 사람 불러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집 근처 양변기 가게를 찾아갔다. 사정을 설명하니 여사장님의 말씀.
"그거 아무것도 아녜요. 만 원짜리 이거 하나 사다가 갈아주면 돼요."참, 훌륭하신 사장님이다. 내 맘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모르겠으나 양변기 전체 교환을 원하는 내게 1만 원짜리 부품만 팔고 마시는 저 분, '천사'가 따로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부품을 사서 들고 나오는 내 뒤통수에 그 사장님은 한 말씀 더 하신다.
"그거 여자들도 다~ 해요. 남자가 그것도 못해요?"어이구 정말 짜증나. 부품을 사들고 집에 오니 아내가 활짝 핀 얼굴로 나를 맞는다. 돈을 아끼게 됐으니 어찌 좋지 않을 쏘냐, 대신 나는 고생을 하게 생겼다. 부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은 뒤 온갖 공구를 꺼내서 고장 난 양변기를 분해했다.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제법 힘도 들고, 적합한 공구도 반드시 필요했다.
"뭐? 여자들도 다 한다고? 이걸? 어휴~"힘겹게 조립을 끝내고 물을 내려 보니 제법 그럴싸하게 물이 내려간다. 다 됐나 싶었더니 물이 샌다. 다시 뜯어 재조립하니 이번엔 물이 차오르도록 구멍을 막아주는 고무패킹이 맞지 않는다.
"다 됐어? 여보?""아빠 다 됐어요?"자꾸 조바심이 생긴다. 뭐 그리 크게 압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태를 묻는 아내와 딸의 말에 자꾸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도 다행히 다시 뜯어 또 재조립하니 이번엔 잘 맞았다. 에구 에구 내 허리야~~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단독주택에 아빠 손이 필요한 부분이 이뿐이랴. 뜰에 있는 나뭇가지 전지도 해야 하고, 벌레 잡는 약도 뿌려야 하고, 때론 나무를 사다가 심기도 해야 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커다란 대추나무와 감나무를 베어냈다. 동네 할머니들이 왜 베느냐고 성화셨지만, 난 묵묵히 베어냈다.
'이 녀석들 때문에 내가 앞으로 고생할 것 생각하면 지금 고생하는 게 나아~~'
물론 우리 집 감나무 5그루 중 2그루만 베었고, 나머지는 아직도 그대로다. 그리고 베어낸 자리에 올 봄 체리나무와 장미꽃나무를 심었다. 얼핏 보면 이 모든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 전문지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또 사다리 타고 5미터 위로 올라가 나뭇가지 전지를 하는 일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님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