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을 찾은 꿈틀버스단 꿈틀버스 5호차가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을 찾았다.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의 길은 직선으로 곧게 뻗지 않고 구불구불 이어진다. 검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색깔이 제각각인 보도블럭이 깔려있는 길이다.
정대희
직선으로 곧게 뻗지 않고 구불구불 이어진 마을길. 검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색깔이 제각각인 보도블럭이 깔려있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인사말과 멸종위기 동물 그림이 보인다. 마을 주민들과 동물이 안녕하길 바라는 길이다. 모든 길에는 '차보다 사람'의 철학이 담겨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7일 오후, 꿈틀버스 제5호가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을 찾았다. 마을은 고요했다. 돌아다니는 이도 별로 없고, 들려오는 말소리도 없었다. 그런데 재작년 가을, 이 마을에 100만 명이 다녀갔단다.
2013년 9월, 수원시와 ICLEI(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유엔 해비타트(UN-HABITAT)가 공동주최한 '생태교통 수원 2013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행궁동 일대 0.34㎢ 규모의 원도심 지구는 '생태교통마을'로 지정됐고, 한 달 동안 '차 없는 마을'로 살았다. 화석연료 고갈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였다.
쇠락하는 마을에서 차 없는 한 달, "미쳤다" 소리 들어"처음엔 '이젠 하다하다 별 짓을 다 하네, 미쳤네' 그런 말을 들었어요."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불편을 감수하는 일은 불만을 낳는다. 이날 꿈틀버스단과 함께 생태교통마을 기행에 나선 임덕순(62) 마을 해설사는 행사 추진 초기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설명했다. 당시 행궁동은 주민들도 애착이 없는 '집값이 싼' 마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는 수원의 번화가였던 행궁동은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다. 상권은 동수원, 영통 등 신시가지로 옮겨갔다. 마을은 쇠락하고 있는 상태였다. 공동체가 무너진 동네에서, '불편한 한 달'을 보내는 행사에 비협조적인 것은 당연했다.
행궁동에 살고 있던 주민은 4300명,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차량은 모두 1500대. '차 없는 마을' 실험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나눠졌다. 마을 사람들은 동네 샛길에서 마주치는 것조차 꺼렸다. 임씨는 "사회에서 5년 동안 겪을 일을 마을에서 1, 2년 동안 모두 경험해서 이젠 웬만한 욕을 들어도 끄떡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