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희훈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죽이고도 1년 동안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거부하는 박근혜 정권은 오로지 자본가 계급과 이들의 정치적, 사상적 대변자들의 재산 증식과 권력 확대에만 열중하고 있다."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고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2015년 '자본론' 새 번역판(비봉출판사) 서문에 씌여있다. 그는 "이것이 '자본주의체제의 기본특징'"이라고 적었다. 김 교수의 생애 마지막 책이 된 '자본론'은 16일 오후 출간됐다.
김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자신의 옛 '자본론' 개정 작업에 들어가, 그동안 새로운 번역에 몰두해 왔다. 김 교수는 올해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오는 2017년이면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세상에 나온 지 150년이 되는 해"라며 "이에 맞춰 내가 조금이라도 힘을 남아있을 때 미리 (150주년을) 축하하고 싶어서 새롭게 번역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특히 "이번에는 젊은 친구들도 보다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어려운 용어들을 알기 쉬운 우리글로 새롭게 번역하고 있다"면서 "올 여름께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세 번째 <자본론> 재번역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나오는 각종 경제학 용어 자체가 다른 경제학에선 전혀 사용되지 않는 용어인 데다, 각종 화폐, 무게, 길이 등 단위 역시 시대와 환경 역시 우리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자본론 전 3권(1,3권은 상하 두권, 2권과 별책포함 모두 6권)을 새롭게 쓰면서, 아예 별도의 책에 참고문헌과 인명해설 등을 담았다. 당초 예정됐던 출간도 3개월 가량 늦어졌다. 김 교수는 지난 6월께 자본론 별책에 들어가는 서문을 최종 완성했다. 하지만 7월말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삶을 마감했다. 26년 동안 세차례에 걸쳐, 공들여온 그의 마지막 <자본론>을 정작 김 교수는 보지 못했다.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치' 강화"그의 마지막 <자본론> 서문도 날로 심화되는 불평등과 빈부격차, 계급간 갈등에 대한 고찰과 대안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2007년부터 터지기 시작한 미국의 금융공황이 지구 전체로 퍼지면서 정치와 사상, 인간성을 포함한 자본주의적 문명 전체가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