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에서 일한다. 즉, '살리기'전문가다.
참여사회
어, 문구점 사장님이라고 했는데? - 문구점 사장님이시라고 하던데 문구점 이름이 뭔가요?"문구점 사장 아닌데요. 참여연대 정보력에 문제가 좀 있는 듯하네요. 하하하."
참여연대가 철저해 보여도 사실은 이렇게 어설픈 구석이 많답니다. 그게 또 매력이죠, 하하하. 내가 지금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한때 문구 유통업을 했었죠. 서점을 오래 하시던 아버지가 IMF 때 사정이 어려워지자 사업을 문구유통 쪽으로 바꾸셨어요. 그때 저보고 도와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자영업자가 되었죠. 지금은 그마저도 그만두고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에서 상근자로 일하고 있어요."문구점 사장님과 관련한 질문들이 줄줄이 펑크 나도 내겐 '인터뷰 3년'의 내공이 있지 않던가. 눈은 질문지를 LTE 급으로 훑어 내리면서도 입은 그새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어떤 곳인지 설명 좀 부탁드려요."2012년에 학습준비물제도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한 직능단체예요. 문구점 자영업자의 90%가 학습준비물제도 때문에 장사가 안되는 거로 생각했거든요. 학생들이 문구점에서 사야 할 물건을 학교에서 나누어주니까요. 이걸 해결해보려고 단체를 만들고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죠. 그렇다고 학습준비물제도를 없애자는 건 아니에요."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반대로 학습준비물제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행 입찰제도는 입찰을 전문적으로 하는 큰 업체로만 이익이 돌아가므로 학습준비물을 골목상권에서, 학교 옆의 작은 문구점들을 통해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경제민주화란 그런 것이니까요, 거대 담론 같은 게 아니라."그러나 국회에서 야당인사에게 들었던 답변은 그야말로 '식스 센스급 반전'이었다.
"그 사람들의 말이 너무 기막힌 거예요. '경제민주화? 안 되는 것을 왜 계속 주장하나? 국회의원들이 자영업자들을 만나는 이유는 낮에 직장인들은 다 출근하니 사진 찍기 좋은 곳이 골목상권밖에 없어서다' 이러더군요. 서러움에 많이 울었어요. 그때 아는 선배가 참여연대에 한번 찾아가 보라고 했어요.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처장을 만나 저희 입장에 관해 설명하니까 딱 3초 만에 '저희랑 같이하시죠'하면서 제 손을 잡더라고요."그렇게 감동 어린(?) 참여연대와의 만남 이후 단체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참여연대와 함께 경제민주화 정책들을 검토하다 보니 대부분 골목상권들이 대기업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것은 문구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사해 보니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이 2500억이더군요. 문구업계 전체 매출 5000억 중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었던 거죠. 학습준비물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거죠."'을'들의 전쟁"그때부터 문구류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하고 대형마트와의 싸움을 시작했어요. 근데 아직도 문구점 자영업자들은 자기들이 왜 이렇게 죽어 나가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어요."- 문구점 주인들의 대다수가 상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면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의 활동이 좀 저조한 거 아닌가요? "맞아요. 맘 같아선 저희도 회원사들 수를 팍팍 늘리고 싶어요. 회비도 받고 싶고. 근데 동네 문구점 하루 매출이 많아야 7만 원, 적은 데는 3만 원이에요. 하루 순수익이 만 원밖에 안 되는 곳이 허다하죠.
그래서 서울시교육청하고 협의하면서 학습준비물 예산을 늘려달라고 했어요. 학생 1인당 학습준비물 예산이 1년에 3만 원이니 한 달에 3천 원 꼴도 안돼요. 이러니 실험실습 자체를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죠. 예산 부족으로 학교에서는 딱 3만 원어치만 교육하는 실정인데 학부모들이 이런 현실을 모른다는 게 답답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