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여신은 혼자 멀리 떨어져서 놀다가 그만 땅 아래쪽 남신한테 사로잡힙니다.
현북스
언뜻 보기에 그림책 <석류 세 알의 비밀>에서 딸아이 여신이 참 바보스럽네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참말 그렇지요. 고작 석류 석 알이라면 조금 더 참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런데, 딸아이 여신이 땅 아래쪽 나라로 끌려가서 지내야 하는 석 달 동안 땅 위쪽 나라에 겨울이 흐른다면, 이 겨울도 어느 모로 보면 재미있는 삶자락입니다.
이 땅에는 겨울이 있어서 풀이 시들어 흙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땅에는 겨울이 있어서 온갖 벌레가 겨울에 죽거나 겨울잠을 잡니다. 이를테면, 겨울에는 모기가 몽땅 얼어죽거나 잠들지요. 겨울은 그야말로 '쉬는 철'이라고 할까요. 겨울이 있기에 살그마니 한숨을 돌리면서 쉴 만하고, 겨울이 있기에 아이들은 새롭게 '눈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좋고 나쁨이라는 대목이 아니라, 잘하고 못하고를 가르는 대목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가꾸려는 이야기로 바라본다면 <석류 세 알의 비밀>은 앞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어떤 삶을 지을 때에 아름답고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들려주려는구나 싶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시 찾아올 적에 기쁜 그 마음처럼, 여름을 북돋우고 가을에 거두는 즐거운 그 땀방울처럼, 이러면서 다시 맞이하는 겨울에 차분히 쉬는 그 몸짓처럼, 삶을 어떻게 지을까 하고 돌아볼 일이지 싶어요.
노래하고 꿈꾸며 춤출 수 있는 삶을 생각합니다. 아이한테 새롭고 즐거운 말을 들려줄 줄 아는 어버이로 살자고 생각합니다. 오순도순 기쁜 웃음으로 아침을 열고, 도란도란 보드라운 자장노래로 저녁을 마무리하자고 생각합니다.
석류 세 알의 비밀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 노계순 옮김,
현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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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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