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사에서 암자로 내려가는 길에서 본 단풍 모습
오문수
"단풍과 구름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사전 양해도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앞모습을 찍는데 제 뒷모습을 예쁘게 찍어주셨네요. 그 사진 보내주세요."노랗게 떨어져 있는 은행나무 잎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역시 부처는 사방에 있었다. 대웅전에만 계신 것도 아니고 도량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비가 와서 단풍구경은 틀렸을 거라는 생각도, 허가 없이 자신의 뒷모습을 찍었다고 뺨이라도 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틀렸다.
단풍나무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빗방울도 부처이고 예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사진을 보내달라"는 여인도 부처다. 내 생각이 지옥에 이르렀으면 내가 사는 곳이 지옥이고, 내 생각이 천당을 생각하고 있으면 내가 사는 곳이 천당이다.
아름다운 산세와 단풍으로 유명한 내소사로 가는 길에 젓갈로 유명한 곰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230여 명이 한꺼번에 점심을 먹느라 자리가 없다. "멀리서 오신 손님인데 밥상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며 자리로 안내하는 주최 측 사람들을 뿌리치고 종이상자 위에 식판을 놓고 점심을 먹었다. 종이상자 위면 어떻고, 식탁 위면 어떨까? 그냥 밥 한 끼 때우는데.
점심을 먹은 후 젓갈을 구경했다. 가게 앞에는 갈치 새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주인은 말린 갈치새끼를 '풀치'라고 부르며 "맛있다"고 설명해줬다. 젓갈을 파는 아주머니가 곰소 젓갈이 유명한 이유를 설명해줬다.
"곰소는 갯벌이 유명해요. 갯벌 속에는 미네랄이 풍부해 젓갈이 맛있어요. 여기서 칠산바다가 가깝고 조기도 유명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