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검찰 소환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인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9월 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권우성
'정준양의 포스코'를 둘러싼 오랜 의문 중 하나는 성진지오텍 인수·합병(M&A)이다. 2010년 3월 17일 포스코는 사업의 다각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발전·에너지설비업체 '성진지오텍' 지분 40.4%를 1292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최종 인수대금은 1592억 원이었다.
당시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대주주인 전정도 회장의 주식을 사들이며 100%에 가까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산업은행도 포스코가 사들인 주식과 비슷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증서)을 전 회장에게 저가로 판매했다. 이 삼각거래로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의 경영권을 넘기기 전보다 주식이 5만 9220주 늘어났고, 차익 289억 5650만 원까지 거뒀다.
하지만 성진지오텍은 부실의 늪에 빠져 허덕이던 '깡통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2009년 부채비율이 1613%에 달했고, 2008~2009년 연달아 '기업의 존속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감사결과를 받기까지 했다.
11일 검찰은 "포스코는 애당초 성진지오텍 인수 필요성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어느 포스코 임원은 검찰 조사 때 "어떻게 이런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 직접 감사요청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포스코 이사회는 왜 성진지오텍 인수를 승인했을까?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과 전아무개 전 전략사업실장의 합작품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내부 검토과정을 생략한 채 M&A를 밀어붙였고, 성진지오텍의 경영상태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미 거액의 '눈먼 돈'이 성진지오텍으로 흘러들어갔지만 부족했다. 포스코는 인수 후에도 성진지오텍 채무 등을 해결하기 위해 6000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2013년 7월 우량계열사 포스코플랜텍과 성진지오텍을 합병하기까지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포스코플랜텍은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정준양 전 회장은 검찰 조사 때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갖고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고만 해명했을 뿐이다. 전아무개 전 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무리수를 둬가며 '전정도 밀어주기'를 강행한 이유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또 다른 '전정도 밀어주기'의 주역, 산업은행의 속사정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수수께끼②] 곳곳에 등장하는 '정권 실세'... MB는 몰랐을까11일 검찰은 '정준양의 포스코'를 설명하며 거듭 "태생적 한계"를 언급했다. 정 전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을 등에 업고 취임한 만큼, 그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
정 전 회장은 이 전 의원 측근 박아무개씨가 소유한 제철소 설비 정비업체 티엠테크 등 협력사 3곳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보은했다. 이 특혜성 거래로 2009~2012년 이 전 의원 측근들에게 흘러간 경제적 이익은 30억 원가량이다.
검찰은 이때 이상득 전 의원의 역할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해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을 주도록 한 것과 같다며 그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 10월 29일 불구속 기소했다(관련 기사 :
이상득 2년만에 다시 법정, 검찰 불구속 기소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