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길 벽에 걸린 정원누가 벽에 다 꽃을 심어 걸어 놓을 생각을 했을까? 좋은 것들은 얼른 따라해봐야 한다.
정대희
그런 시기에 동대표에서 기금 사용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생겼다. 그런데 이것이 마을만들기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되는 길을 터주었다. 대표님은 마을 만들기 활동 강의를 들으며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이웃들과의 시간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꽃뫼버들마을의 이야기는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사업의 모델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내게 들려온 진짜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다. 함께 꽃을 심은 이웃들은 우리 꿈틀버스 참가자들에게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셨다. 싫단다. 미안하지만 싫다고 하셨다.
"우리 이야기가 알려지자 여러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행정가들과 정치인들도 왔었죠. 그러다 어느날 누가 우리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고 딴지를 걸어 왔어요. 그때부터 갑자기 마을 만들기 지원금을 획득하기까지 과정과 우리가 했던 일들 모두를 들춰내서 트집을 잡기 시작하는데 정말 괴로웠어요. 같이 하던 주민들도 힘들어 이제 그만하자고 하는 소리도 나고 떠난 사람도 있어요.""그런데 우리가 잘못한 게 있어야죠. 그래서 서로를 다독였어요. 그리고 길을 찾았죠. 지금 이렇게 제가 동대표가 되어서 다시 자리를 잡았어요. 함께 시작한 이웃들이 그래서 노출되는 것을 싫어해요. " "하루는 공무원들이 찾아왔는데 서로 다른 네 곳에서 오신 거예요. 그래서 한두 시간씩 같은 이야기를 네 번이나 한 거지요. 그 날 할 일 아무것도 못하구요. 지금 도지사가 된 남경필씨도 아파트 앞에서 사진 찍고 자신의 정책 홍보물로 썼답니다. 우린 그분이 다녀갔는지도 몰랐어요. " "꽃을 심고 거리를 청소하던 아이들은 정말 진심으로 봉사를 즐거워해요. 엄마들은 꽃을 심고 키우는 것을 배우는 교실도 열고 아이들과 팸플릿도 함께 만들었어요. 사내 아이들은 벌레들을 좋아했죠. 꽃을 보고 따라온 벌레들이요. 벌레 이름 찾다 한글을 배우는 꼬마도 있었어요. 우리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동대표님은 꿈틀버스가 떠나는 곳까지 나와 우릴 배웅하시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집에 돌아와 직접 쓰신 두 장의 편지를 읽어봤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다.
"현실에서 어둠을 탓하지 말고 내가 켤 수 있는 촛불하나를 켜 봅니다."
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이제 의심을 갖지 않는다. 아마도 힘들어 취해 처지는 날이 오면 다시 버스를 타고 떠날 것이다. 훌륭한 사람들의 훌륭한 이야기를 다시 새기면 다시 살아날 것이다. 희망없는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할 곳이 어디인가?란 질문에 이제 내 삶으로 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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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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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이민자로 산 10년, 버스를 타고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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