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 <'신림동 청춘'-고시촌의 일상>
이두리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 '신림동 청춘-고시촌의 일상' 전시 마지막 날인 11월 8일 일요일에는 비가 내렸다. 겨울로 들어서는 날, 입동에 내리는 비는 가을을 싣고 떠나보내는 막차였다. 또한 겨울을 실어오는 첫차이기도 했다. 비가 그치면 부쩍 쌀쌀해진 날씨 탓에 모두 옷깃을 여밀 것이다. 올해 말, 다음해 초에 치를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찬바람이 더욱 날카롭게 느껴질 터. 시험날이 다가올수록 불안감과 자신감이 엎치락뒤치락 자리를 바꿔가며 의지를 흔들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겨울은 지나가고 봄은 오기 마련이다.
'신림동 청춘'은 두 달 전, 9월 11일에 시작한 전시다. 다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전시소식을 서울시 발간 월간지 <서울사랑> 과월호에서 보았다. 신림동 고시촌을 전시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 강하게 끌렸다. 가느다란 줄로 이은 수준이지만 신림동과 나는 연(緣)이 있었다. 꼭 관람하고 싶었다.
십여 년 전, 새내기 법대생이 되어 첫 전공필수 과목 '민법총칙' 교과서를 사려고 신림동을 방문했다. 말로만 들었던 고시촌은 하나의 독립국가 또는 자치지역 같았다. 즐비하게 늘어선 학원, 독서실, 고시서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 대부분은 추리닝 차림에 책가방 멘 고시생이었다. 낯설고 신기했다. 그 뒤로도 종종 신림동에 갔다. 그곳에서 학원을 다니거나 거주하지는 않았다. 책과 고시학원 강사의 강의녹음 테이프를 사러 들렀다. 대학교 고학년 때는 고시생 선배가 사는 고시원에서 묵은 적도 있다. 그와 함께 고시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도 했다. 취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방값이 저렴하고 강남으로 출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고시촌에서 한 달 정도 자취를 하기도 했다.
'신림동 청춘'은 "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낯선 이들의 삶이 모여 만들어진 특수한 공간 '신림동 고시촌'의 지역사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근대화 과정 속 도시서울의 변모양상을 재조명하고자"(서울역사박물관 전시 안내글 참고) 기획한 전시다.
서울 관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신림동은 1960년대 후반에는 도심 철거민의 이주정착지였다. 1975년 서울대 캠퍼스가 옮겨온 뒤 하숙촌이 되었고 학원과 고시준비생이 몰려오면서 고시촌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로스쿨이 도입되고 나서는 고시생과 관련 상업시설이 점차 줄어들었다. 지금은 새내기 직장인, 알바생 등 1인가구 구성원이 자리 잡는 대표적 동네다. 특별전을 연 서울역사박물관 강홍빈 관장은 "'신림동 청춘'은 이 특별한 동네의 형성·변천사를 배경으로 고시촌에서의 일상을 조명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젊은 세대의 삶과 한 동네의 성격이 어떻게 시대상황과 만나 적응하고 변화해 가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다"고 전시목적을 밝혔다. (전시자료-'<신림동 청춘>특별전을 열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