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눈빛
내 사진 속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낮에 남자들이 일 나가지 않고 집에 있을 리가 없다. (21쪽/김기찬)김기찬 님은 '골목안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사진길을 걸었습니다. <골목안 풍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진책을 여러 권 선보였습니다. 김기찬 님은 이제 흙으로 돌아가셨기에 더는 골목을 거닐지 못하고 골목을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그러나 김기찬 님이 남긴 글하고 사진이 있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눈빛, 2015)라는 책이 태어납니다. 이 책에는 김기찬 님이 골목을 바라본 마음을 손수 적은 글을 앞자락에 싣습니다. 이러고 나서 뒷자락에는 김기찬 님 사진을 바라보는 아홉 사람 이야기를 싣습니다.
한정식, 전민조, 김호기, 임종업, 윤한수, 최종규, 정진국, 이광수, 윤일성, 이렇게 아홉 사람이 김기찬 님 사진을 새롭게 읽으려고 합니다. 김기찬 님이 거닐던 골목을 새삼스레 걸어 보고, 김기찬 님이 거닐던 골목이 요즈음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피며, 김기찬 님이 빚은 사진과 사진책이 어떠한 숨결로 우리한테 삶을 보여주는가 하는 대목을 헤아립니다.
골목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작고 납작한 집들이지만 서로서로 껴안기도 하고, 바람 한 점 끼어들 틈 없이 바짝바짝 붙어 있어 어찌 보면 정겹기도 하다. 그런 집들이 동서남북으로 줄지어 서 있으니 자연히 골목길이 생겨난다. (27쪽/김기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