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봉림과 볏단
최오균
산봉우리 사이로 물이 흐르고, 넓은 벌판은 수려한 경관을 이룬다. 추수를 하고 있는 들판에는 그림 같은 마을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다. 마치 스위스의 어느 마을에 들어선 착각에 빠지게 한다. 논에는 갈색 두루마기를 걸친 듯한 볏단이 사람의 모양을 하고 서 있다. 볏단 밑에는 잘려나간 벼 뿌리에서 다시 푸릇푸릇한 모가 돋아나고 있다.
들판 가운데는 팔괘전(八掛田) 모양의 논도 있다. 논의 모양이 팔괘의 모양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태극과 팔괘의 모양이 황금벌판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그 모습이 마치 음양도를 새긴 듯하여 색다른 가을의 청취를 안겨주고 있다. 팔괘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음양으로 겹쳐 여덟 가지의 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
아직 추수가 한창인 논에서는 추수를 하는 농부들의 손길은 바쁘기만 한데, 네발 자전거를 타고 들판과 봉우리 사이를 느릿느릿 돌아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퍽 대조적이다. 풍요롭고 여유로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