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법적 효력 없어?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

정부에 이어 경북도가 원전찬반투표 반대하는 입장 밝히자 주민들 반발

등록 2015.11.06 21:36수정 2015.11.0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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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홍 경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왼쪽)이 영덕 원전 주민투표에 반대한다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학홍 경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왼쪽)이 영덕 원전 주민투표에 반대한다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조정훈

경상북도가 오는 11일과 12일 진행될 영덕 천지원전 건설과 관련된 주민투표를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견해를 밝힌 데 이은 입장 표명이다. 경상북도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반대 이유를 들었지만, 지역 주민은 물론 시민단체와 야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행정자치부는 지난 5일 "지자체의 자율적 신청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가정책에 대해 법적 근거 없는 투표를 통해 번복을 요구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 부처 장관 공동명의의 서한을 통해 발표된 입장문에서는 또 "주민투표법에 따른 합법적 주민투표가 아니라 법적 효력이 없다"며 "영덕군이 시설·인력·자금 등 행정적 지원을 하거나 이·반장의 자격으로 직무 범위를 벗어나 투표를 지원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입장 발표가 있었던 후 하루 만에 경상북도도 법적 효력이 없는 원전찬반투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북도는 6일 김학홍 창조경제산업실장이 대신 읽은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영덕군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법적 근거도 없고 효력도 없는 원전 찬반투표 강행은 심각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뿐"이라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특히 일부 단체의 반대활동은 크나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주민 여러분께서는 이에 동조하지 않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영덕이 지역발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원전을 수용한 만큼 정부가 제안한 10대 사업을 조기에 구체화할 것과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신규원전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 등을 요구했다.

김학홍 실장은 "2010년 영덕군의회가 전원 동의를 얻어 원전 유치를 신청했고 에너지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영덕원전 2기가 결정되었다"며 "원전과 관련한 투표를 할 수 있는 법이 없으므로 주민들은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 없다"는 경북도, 주민은 강력 반발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 붙어 있는 주민투표 현수막.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 붙어 있는 주민투표 현수막.조정훈

하지만 영덕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를 비롯하여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경상북도의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주민투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주민의 권리"라며 "주민들의 뜻을 꺾을 수 없고, 투표 결과가 나오면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령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찬성단체들의 방해를 행정당국이 나서 막아줘야 하는데, 오히려 방관하며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삼척과 부안에서 주민투표를 한 것도 합법적이라는 판결이 있었는데,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투표 자체를 막는 비민주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또 "20곳의 투표소 중 9곳은 면사무소 마당에 설치하기로 했으나, 군수가 정부의 입장을 취하면서 결국 투표장소를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마치 주민들의 투표에 협력하는 척하다가 투표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녹색당 경북도당도 "김관용 지사의 발언이야말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녹색당은 "영덕 주민들의 투표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해 오히려 법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핵발전소 건설은 국가사무지만, 핵발전소 유치 신청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라며 "국가사무라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의 선동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방폐장을 앞두고 부안에서 일어났던 주민투표가 법원으로부터 '주민자치'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인정을 받았듯, 영덕 주민들의 투표 또한 합법적 의사 표현이라는 논지이다.

녹색당은 이어 "핵발전소 부지 예정구역 지정 고시만 되어 있어 아직 부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영덕군은 유치 신청을 철회할 기회가 있으며 오히려 영덕군수가 적극적으로 주민 의사를 물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경북도당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에 대해 잘못된 투표 운운하면서 주민투표가 불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의사 표현인 주민투표를 보장하고 과정과 결과를 겸허히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덕군민 대다수 "주민투표 참여할 것"

 지난 10월 24일 영덕군에서 열린 원전 찬반투표 진행을 위한 거리행진에서 한 여성이 '11월 11일 영덕 주민투표로 민주주의 지켜내자'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영덕군에서 열린 원전 찬반투표 진행을 위한 거리행진에서 한 여성이 '11월 11일 영덕 주민투표로 민주주의 지켜내자'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조정훈

한편 주민투표를 앞두고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가 벌인 여론조사에서 영덕 군민들의 대다수가 주민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29일 영덕군민 15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여론은 71.9%에 달했고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19.9%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 8월 12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참여하겠다는 의견(64.3%)보다 더 높았다.

여론조사에서는 또 주민투표가 적법하다고 응답한 여론이 53.4%이고 불법이거나 탈법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은 21.9%에 그쳤다.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60.2%로 찬성한다는 의견 27.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영덕 원전 #주민투표 #경상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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