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한국에서는 이렇게 장바구니를 받고 심부름을 하는 어린이가 얼마나 될까요?
보림
"바나나 내놔. 안 주면, 머리카락을 잡아당길 거야." "내가 바나나를 개집 위로 던지면, 넌 시끄러우니까 저 사나운 개가 깰 테고, 그러면 잡지도 못할걸." "내가 시끄럽다고?" 원숭이가 말했어요. (11쪽)
아이들은 심부름을 싫어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심부름을 대단히 즐거워 합니다. 아이 나름대로 무언가 거들 수 있어서 기뻐하고, 아이 힘으로 살림에 한손을 보탤 수 있어서 반깁니다.
그림책 <장바구니>에 나오는 온갖 짐승은 '무엇'을 넌지시 빗대었을까요? 마을 개구쟁이일까요? 아니면, 마을에 있는 '짓궂은 형들'일까요? 온갖 짐승들은 심부름을 하지도 않고, '심부름하는 나'를 도울 마음도 없습니다. 그저 '내' 곁에서 '나를 괴롭히는 재미'로 엉겨붙으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릴 적에도 내가 심부름을 하는 길에 '좀 있다가 집으로 가고, 같이 놀자'고 붙잡는 동무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맡긴 심부름을 깜빡 잊고 놀이에 흠뻑 빠지는 일이 곧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