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트레킹을 위해선 팀스(TIMS, 트레커 정보 관리 시스템)와 ACAP(안나푸르나 보존 구역 프로젝트) 퍼밋을 발급받아야 한다. 트레킹 구간 중간중간에서 이 두 가지를 확인한다.
박혜경
3월 말은 '스프링 시즌'으로 트레킹을 하면서 수많은 꽃들을 볼 수 있는 시기이다. 우리나라 트레커들이 가을 즈음에 많이 오는 반면, 스프링 시즌엔 서양 트레커들이 많다. 이맘때의 트레킹은 네팔 국화인 '랄리구라스'와의 만남이다. 어디를 가나 붉은 랄리구라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여기도 랄리구라스, 저기도 랄리구라스. 포터 아저씨는 건너편 먼산을 콕콕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어디?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니 손가락 끝에 걸린 푸른산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다.
"이 꽃 이름 알아요?"그는 도로공사를 하느라 파헤쳐진 길 옆에 난 작은 꽃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리가 맡긴 60리터짜리 가방을 뒤에, 자신의 단촐한 옷가방을 앞에 매고도 싱글벙글이다.
11일간 우리와 동행하게 된 그의 이름은 '라즈', 37살 쌍둥이 아빠다. 쉬는 시간 틈틈이 두 아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는 네팔의 '아들 바보'이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한데, 실은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레킹과 베이스캠프 트레킹(ABC 트레킹) 경험이 풍부한 '고수'이다.
까맣게 탄 얼굴에 시원하게 벗겨진 머리를 보고 처음부터 거리낌없이 '아저씨'라 불렀지만, 알고 보니 나랑 6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청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