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역사학 정체성 위협"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원생 김예슬(박사과정)씨는 "역사학의 본질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고와 자유로운 비판"이라며 "현 정부는 우리 역사학의 본질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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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언문 발표는 전남대 사학과 관계자뿐만 아니라, 현장을 지나는 타과 교수, 학생 등의 관심을 이끌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이 "우리는 역사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어떤 경우든 역사를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2005년 1월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신년연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자 곳곳에서 박수가 쏟아졌고, 일부 교수와 학생은 함께 노란 풍선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대표로 선언문을 낭독한 신의철 전남대 사학과 학생회장은 "역사학계의 장기간에 걸친 연구 성과를 편향된 시각이라 매도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특정 역사상을 강요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올바른 역사교육인가"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정부가 주장한 '99.9% 좌편향'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역사가 해야할 일은 권력의 부름에 응답하는 게 아니라 다문화, 사회적 소수자, 환경문제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의제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라며 "(그러므로) 국정화로의 퇴행이 아니라 기존 검인정제를 넘어 미래의 역사학과 역사교육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원생 김예슬(박사과정)씨는 "역사학의 본질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고와 자유로운 비판"이라며 "현 정부는 우리 역사학의 본질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전 세대의 악행을 되풀이하려는 움직임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 작은 움직임이나마 실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대 사학과 강사인 김만호 박사도 "이번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매우 부자연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한국사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선배 선생님들에게 그렇게 배우지 않았고, 지금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완성되지 않은 교과서를 두고 왜 친일·독재 교과서라고 비난하냐'고 말하는데 우리는 배가 물이 아닌 산으로 가는 건 대략의 방향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남대 사학과는 13일 열리는 '사학제전'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래는 전남대 사학과 학부생·대학원생·강사 148명이 발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거부 선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