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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함께어린이
<100년 전 우리는>이나 <조잘조잘 박물관에서 피어난 우리 옷 이야기>를 쓴 김영숙 님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고고학과 옛 유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땅에서 찾고 바다에서 건진 우리 역사>(책과함께어린이,2012)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어린이 인문책에서 다루는 '우리 역사'는 유물로 살피는 역사입니다. "역사 이전"이라고 하는 '선사 시대' 유물부터 백제와 가야 무렵 발자취를 보여주는 유물까지 차근차근 살핍니다.
큰물이 지면서 땅 밑이 넓게 드러나서 찾아낼 수 있던 유물을 이야기합니다. 아파트를 짓는다며 땅 밑을 깊이 파헤치면서 새롭게 나타난 유물을 이야기합니다. 바다 밑에서 건져올리면서 수수께끼를 풀도록 도와준 유물을 이야기합니다.
자그마한 유물 하나가 나와서 우리 역사가 바뀝니다. 언뜻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만한 유물 하나가 나타나서 우리 발자취가 달라집니다.
암사동 선사 주거지는 참 재미있고 특별한 유적인 것 같지? 지금은 높은 아파트 단지와 자동차 행렬이 끊이지 않는 도로에 둘러싸여 있지만, 아주 먼 옛날,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고, 사냥을 하고, 산에서 주운 도토리를 갈돌과 갈판에 갈아 빗살무늬 토기에 끓여 먹던 장면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 (26쪽)가루베 지온은 6호분에서 나온 유물을 고스란히 자기가 채익고, 조선총독부에는 이미 도굴된 것으로 보고했어. 광복 후 가루베 지온은 훔친 유물을 트럭에 싣고 대구로 가서 일본인과 함께 일본으로 유물을 가져가 버렸어. 그리고 이렇게 약탈한 유물을 가지고 <백제 유적의 연구>라는 책까지 펴냈지 뭐야. (81쪽)
높다란 아파트를 올리려고 땅 밑을 깊이 파헤치면서 나오는 유물은 무엇을 말할까요. 높다란 아파트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유물이 나오거나 말거나 먼저 아파트부터 지어야 할까요.
삶을 돈이라는 테두리에서 바라본다면, 유물 조사는 굳이 할 까닭이 없이 아파트만 지어대면 됩니다. 삶을 경제성장이라는 틀에서 바라본다면, 유물 조사뿐 아니라 환경 조사도 애써 할 까닭이 없이 아파트나 공장이나 온갖 시설을 지어대면 되지요.
땅 밑을 파헤치는 일이 있을 적마다 으레 유물 조사를 하려는 까닭이라면, 자그마한 옛 유물 하나로 옛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뜻을 읽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역사책에 아로새기려는 역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온 길을 더듬으면서 오늘을 되새기고 앞날을 새로 가꾸려는 뜻으로 읽는 역사라고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