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공단> 임흥순 감독
ARAM
- 어제 라이프치히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첫 상영과 GV가 있었다. 어떻게 느꼈는지.
"일단 해외에서 관객과 만나는 건 처음이어서 느낌이 남달랐다. 젊은 분들이 많이 왔는데, 지역 정치나 사회 현실 등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진지하고 직접적인 질문들이 인상적이었다. 한 관객의 경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무엇을 함께 해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을 하길래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으면 된다, 그리고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 주는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관객이 원하는 답을 하지는 못한 듯하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 <위로공단>의 시작은 개인의 경험, 어머니나 누이의 희생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같은 감정이었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한국적인 배경에서 오는 감정들인데, 다른 문화에서 온 외국 관객들도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에게 <위로공단>이 각인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어머니나, 형수, 여동생과 같은 여성들의 희생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시작을 했지만 그런 감정들을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정서나 문화가 다르지만 여성, 노동, 현실, 고통, 불안, 삶 등 누구나 고민하고 부딪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위로공단>이 한국과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두 나라의 문제로만 해석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 요즘 다큐멘터리 제작이 처음부터 해외 상영 등을 생각하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위로공단>도 제작 및 편집 등 과정에서 해외 상영, 외국 관객을 고려한 부분이 있는가.
"아무래도 제작자(프로듀서)나 해외 배급사의 경우 그런 부분을 염두해 두긴 한다. 극장 개봉을 하게 될 경우 홍보라든가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위로공단>의 경우 작품을 만들면서 그런 걸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 초청이 결정되면서 고민을 하긴 했다. 해외 관객들에 맞춰서 편집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해외버전으로도 만들어보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처음부터 느끼고 생각한 대로 만들었다."
- 그렇다면 <위로공단>을 통해 외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한국과 외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속에서 우리가 입고 신고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어디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현실에 관심갖는 것이 고민을 만들고 그런 고민들이 각자의 나라, 위치, 환경속에서 실천되길 바란다."
- 공단의 여성 노동자, 캄보디아 그리고 다시 한국의 현대 노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서사 구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위로공단> 편집을 20개 버전으로 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현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많은 10대, 20대들이 앞으로 해야 하는 부분과 가깝기도 하다. 그런 것들에 좀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현대 노동 이야기를 마지막에 넣었다."
- 미술이냐 영화냐, <위로공단>의 경계가 모호하다."현대 미술의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가 모두 다 들어가 있다. 비디오로 촬영하는 것도 비디오 드로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형식은 영화에 가깝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술의 한계를 넓히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
- 미술적 요소, 예를 들어 인터뷰와 이미지가 연결되는 편집 방식이 인상 깊었다.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인터뷰 내용을 재현하거나 과거 영상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분들이 이야기한 심정과 고통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창작자로서의 고민이 있었다. 예를 들어 김진숙 지도위원 인터뷰 이후 연결되는 소 도축장 장면은, 살점이 뜯겨져 나간다는 심정을 역설적이고 반어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미지는 그것만 놓고 보면 평범할 수 있지만, 어떤 이야기와 부딪쳤을 때 힘을 가진다. 그 때의 고통이나 심경을 보는 사람들이 더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런 미술 작업이나 영화들은 어떤 사건을 그대로 설명해주는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업도 물론 필요하지만, 보는 이들이 더 고민하고 찾아보고 능동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싶었다."
- 향후 해외 상영일정이 또 있는지."11월에는 브라질 한국영화제와 캄보디아 국제영화제에 초대되었고, 12월에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인전을 통해 미술관에서도 보여진다. 내년의 경우 캐나다, 독일 등지에서 영화제와 국외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 이어나갈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위로공단>이 어떤 영화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인간의 노동과 삶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성찰한 사유의 영화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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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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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공단> 본 외국인들 "한국엔 노동자 정당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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