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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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어느 정도는 국정교과서 얘기만 떠들고 있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시작된 이후 한국에서 다른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KF-X 문제와 한일정상회담 성과 논란도 그럭저럭, 유야무야 지나갔다. 국정화 논란이 계속된다면 다른 문제도 그런 식으로 지나가게 될 확률이 높다.
"이게 다 교과서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눈여겨볼 만한 점은 역사 교과서에는 하등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다들 역사교과서가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짚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안 듣는 현실과 교과서의 내용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동안 역사는 고등학교에서나 대학교에서나 늘 천대받았고, 대부분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역사를 제대로 '안 가르쳤던' 쪽에 가깝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공과를 따지기 전에 애초에 많은 학생들은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근현대사'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것도 문과를 선택해서, 학교에서 근현대사 선생님이 있어서 근현대사 과목이 개설돼있어야만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과목이었다('근현대사' 과목은 2011년부터 '한국사' 과목에 통합됐다. 기존의 과거 국정교과서 시절 '국사'는 근현대사 비중이 지금의 '한국사'에 비해 적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한국사'가 수능필수 과목이지만, "역사 교과서를 잘못 배워서 '정신이 나가고' 나라를 원망한다고 일컫는 청년들은 근현대사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을 것이다.
확실히 국정교과서 발상은 '천재적'이다. 정부의 골칫거리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좋은 결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무조건 '교과서 탓'을 하는 바람에 너무 일이 커져버린 데다가, 반대 여론이 많아 역풍까지 불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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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라니, 박 대통령 '정치 천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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