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
나름북스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는 인도사를 전공한 부산외국어대학교 이광수 교수의 저작이다. 내용이 방대해 읽기가 쉽지 않은 <세계사편력>을 바탕으로 그 위에 저자 자신의 사관을 다시금 투영한 해설서라 할 수 있다.
과거 의식있는 대학생들의 필독서로까지 여겨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여러 권으로 이뤄진 시리즈를 찾아 읽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에 핵심을 요약하고 풀어쓰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고대로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인류의 역사를 서유럽부터 서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아메리카까지 전세계를 아우르며 풀어가기에 한 권에 담아내기 벅찬 듯한 인상도 여러 군데서 눈에 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300페이지 안에 우겨넣는 집념도 돋보인다 하겠다. 이러한 선택이 바쁜 현대인에겐 장점이 될 수도 있겠으나 네루의 원저가 지닌 맛과 멋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독자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 판단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제목처럼 네루의 <세계사편력>을 다시 읽는 듯한 인상을 준다기보단 맛보기 형식으로 책을 간략히 소개하고 그 위에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씩 덧입힌 저작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네루의 저술이 이미 13살의 딸을 독자로 상정하고 쓰였기에 쉽게 풀어쓸 이유가 없고 단지 분량을 줄이기 위해 요약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저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덜어내고 개략적인 내용만 담음으로써 일반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세계사편력>이 지닌 본래의 풍미를 제대로 살렸는지 의문이 든다. 원저의 방대함은 기존 역사관에 따라 세계사를 서술할 때 소외된 부분을 조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이를 요약하기 위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모든 지역의 역사를 요약한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 때문에 책은 각각의 사건을 개략적으로 훑는 이상의 서술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독자가 각각의 역사를 충실히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 지구의 역사를 한 권 안에더불어 책은 기존 세계사 교과서에 등장할 만한 주요 사건들을 이어 붙이고 그 위에 네루와 저자 본인의 생각을 간단히 더하는 정도로 쓰였는데 이러한 구성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두세 페이지에 중국, 다음 두세 페이지에서 일본의 이야기를 하고 곧바로 같은 시기 서아시아로 넘어가 역시 두세 페이지에 걸쳐 그 변화를 서술하는 식인데 이 과정에서 네루와 저자 본인의 생각이 그리 새롭거나 깊이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
또 원저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저자가 <세계사편력>을 읽고 그 내용을 새롭게 씀으로써 네루의 글을 읽는다기보다는 저자의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책의 제목이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인 만큼 딸에게 쓴 편지라는 원저의 색채가 줄어든 부분이 못내 아쉬웠다. 저자가 네루의 저술을 현대 독자들의 요구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개인적인 통찰을 보이고 있지 않은 만큼 오히려 네루의 원저가 훼손된 듯한 인상만 남았던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네루의 <세계사편력>을 일부나마 제대로 읽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네루의 <세계사편력>과는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곳곳에서 저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독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네루의 원저가 갖춘 장점은 사라지고 책 스스로도 네루의 저작에 갇혀 제 나름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어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 보인다.
차라리 한 부분을 떼어 집중적으로 다루었거나 <세계사편력>과는 상관 없는 저자의 독자적인 저술을 써봤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컸다는 표현밖엔 덧붙일 말이 없다.
네루의 세계사편력 다시 읽기
이광수 지음,
나름북스, 201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공유하기
읽기는 참 쉬운데, 아쉬운 네루의 <세계사편력>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