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럼 초청 토론회 기조연설에 나선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세종포럼 제공
미국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계속 복귀하지 않을 경우 '외교를 통해 북한의 병진정책을 고립화시키겠다'는 강경 기조에도 변함이 없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10월 29일 중견지역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한미 양국은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길 원하지만 북한은 적어도 현재 6자회담 복귀에 관심이 없다"라며 "북한이 대화 테이블(6자회담)로 돌아오지 않는 한 우리는 외교를 통해 북한의 병진정책을 고립시키고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병진정책이란 군사력(핵)과 경제력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노선을 가리킨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국방'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반면, 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경제'에 주안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리퍼트 대사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든지, 경제를 개발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둘 다 가질 수는 없다"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둘 다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의 발언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대외전략으로서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중국 등과의 외교를 통해서라도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리퍼트 대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국제법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므로 강력한 독자적·다자적 제재가 있다"라면서 "이러한 제재와 이행을 검토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대가가 커지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리퍼트 대사는 이날 초청 토론회에서 부산·대구·광주에서 미국 문화원을 다시 개원할 가능성을 내비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부산·대구·광주를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이는 미국 문화원 재개원 문제 때문이다"라며 "괜히 기대감만 높이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한미관계 대중적 지지도, 매우 높다"리퍼트 대사는 이날 초청토론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설명하는 것으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의 캔버라 연설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정책의 시작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재균형정책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첫날부터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내린 핵심 결정 중의 하나가 바로 '아시아 동맹 우선 전략'이었다"라면서 "즉 지역에서 미국 동맹국들의 역할을 최대한 강조하고, 이러한 동맹관계를 21세기에 맞게 가능한 한 역동적인 동맹으로 현대화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6개월내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 호주 총리 그리고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라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초기부터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으로 이 동맹(아시아 동맹 우선) 전략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잘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리퍼트 대사는 '아시아 동맹 우선 전략'에서 '한미관계'가 차지하는 위상을 짚었다. 그는 "한미관계는 오바마 행정부 초기부터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이자 핵심으로 자리잡았다"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한 횟수나 임기 중 한국 대통령과 만난 횟수 그리고 한국 관련 현안을 중시하고 있는 점 등은 미국 외교정책에서 한미관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핵심근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동맹, 한미관계는 최고의 상태다'고 말했는데 저는 그러한 평가에 진심으로 동의한다"라며 "단순히 오바마 대통령이 제 상관이라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최고의 한미동맹'을 증명하는 근거로서 ▲ 한미원자력협정 ▲ 전작권 전환 관련 합의 ▲ 아프리카 에볼라 퇴치 ▲ 매우 높아진 한미관계 대중 지지도 등을 들었다.
그는 "보통 이렇게 정치적으로 힘든 일을 하게 되면 여론은 악화되게 마련인데 이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라며 "우리가 어려운 일을 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한미관계의 대중적 지지가 매우 높다"라고 평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자유시장 민주사회에서는 이런 대중적인 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기본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드니 더 해달라'고 하는 것이고, '더 어렵고 힘든 일을 같이 해 달라'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동맹구조 개선 통해 대북 억지력 강화하고 있어"또한 리퍼트 대사는 ▲ 양국 정상간의 친분관계 강화 ▲ 근본적 이슈의 활발한 논의 ▲ 한미관계의 새로운 확대('뉴프론티어') 등의 측면에서 지난 10월 16일(미국 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원래 정상회담 일정은 두 시간이었지만, 기자회견 등 총 3시간이 넘게 진행됐는데 비공개 회담이 실질적이고, 알차고, 풍성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정상간의 회담과 대화가 잘 진행되다 보면 백악관 관계자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길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실질적인 논의가 많이 오갔다는 것"이라며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백악관 회랑 복도에서 단독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 것 등을 볼 때 양국 정상간의 굳건한 개인적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리퍼트 대사는 한미간의 근본적 이슈를 ▲ 안보 ▲ 6자회담 ▲ 대북 억지력 ▲ 통일정책 등을 나누어서 설명했다. 먼저 그는 "한미동맹의 전반적인 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국방부(펜타곤) 방문은 한미동맹에서 정말 중요하고 중대한 이 부분을 잘 드러내주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카터 국방장관이 박 대통령을 위해 공식 의장대 행사를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저도 국방부에서 수년간 일했지만 한번도 공식 의장대 사열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의장대 행사는) 미국이 한미동맹의 안보분야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 상징이었다"라는 것이다.
또한 리퍼트 대사는 대북 억지력과 관련해 "우리는 최고의 능력을 한미동맹에 도입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강력하고 확고한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미국에서 최고의 플랫폼이 한반도와 서태평양으로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독트린, 훈련과 계획을 업데이트하고 전작권, 방위비분담금특별조치협정(SMA)를 통해 동맹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라며 "이 모든 것들이 억지력, 우리 전략의 억지력 부분을 강화시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정상회담 전과 회담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주도로 이뤄지는 통일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조연설의 주제를 경제 분야로 옮겨온 리퍼트 대사는 "한미FTA에 대한 정치적인 반대는 줄어든 반면 경제적인 혜택이 증가하는 것도 목도했다"라며 "이행의 속도가 더딘 부문도 있지만 정보 이전, 자동차, 원산지와 같이 우리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던 주요 부문들도 잘 해결됐거나 해결되는 과정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규제와 법을 글로벌스탠드에 맞게 개선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양국에서 투명하고, 공정하며, 경쟁력 있는 기업관행,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각각의 규제와 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에 관한 법·규제 구조 (개선)을 의미한다"라며 "한미FTA를 넘어서 향후 1~2년 내에 양국이 다루게 될 몇 가지 사안들, 양국 경제관계의 다음 단계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관심을 보인 것을 환영하고 있다"라며 "한국이 열두 TPP 회원국 중 10개국과 양자 FTA를 맺었다는 사실은 한국이 매우 적절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양국 지도자들은 이 사안의 협의를 심화시키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