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한겨레출판
인천문화재단에서 기획에서 어느덧 열한째 권까지 나온 '문화의 길 총서' 가운데 하나인 <끈질긴 삶터 달동네>(한겨레출판,2015)를 읽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한겨레> 기자로, 인천 동구 송림동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문화의 길 총서' 가운데 '달동네'를 다루는 이 책은 송림동수도국산박물관을 한복판에 놓으면서 이야기를 풀고, 송림동을 둘러싼 화수동과 만석동과 북성포구와 중앙시장과 배다리까지 다룹니다.
책을 읽는 내내 '달동네'를 다룬다고 하는 책으로서는 줄거리가 좀 가볍네 하고 느낍니다. 인천에 있는 달동네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언저리에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수동하고 맞닿아서 북쪽으로 걸어가면 가좌동하고 석남동이 나오는데, 이곳도 인천에서 손꼽히는 '달동네'입니다. 송림동 옆에는 송현동과 배다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도화동하고 숭의동이 맞닿는데, 이곳 또한 인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달동네'이지요. 배다리 아래쪽으로 경동과 유동과 신흥동과 율목동이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내동과 중앙동, 오른쪽으로는 이내 용현동과 학익동이 나오며, 이곳도 인천에서 사람들이 아주 빼곡히 모여서 살아가는 '달동네'입니다.
인천은 정주의 거처가 아니라 잠시 머무르는 도시였던 것 같다. 그때 교회학교 아이들과 찍은 사진에서 맨발의 친구들 가운데 유일하게 하얀 양말을 발목까지 올리고 찍은 언니의 모습에는, 구질구질한 달동네의 무리와 어울리지 않겠다는 엄마의 '자존심'이 반영돼 있었을 터이다. 실은 우리 식구들이 떠나온 신당동도 서울의 달동네였는데 말이다. (5∼6쪽)인천 달동네는 동쪽으로 천천히 뻗어, 숭의동 옆으로 주안동이 나오고 간석동이 나옵니다. 간석동 곁으로 이제 부평구 언저리가 되면서 산곡동하고 십정동이 나오지요. 그리고 간석동 오른쪽으로 구월동하고 만수동이 나와요. 이곳도 하나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서 어우러지는 '달동네'입니다.
그러면, <끈질긴 삶터 달동네>는 인천에서 달동네라고 일컫는 곳을 차근차근 짚거나 다루어야 알맞지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한 군데 달동네만을 대표로 삼아서 더욱 깊게 파고들어야지 싶어요. 이 책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서 했던 몇 가지 전시 자료를 퍽 길게 다루느라 정작 인천에 넓게 퍼진 아기자기하면서 수수하고 투박한 달동네 삶자락은 거의 못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그렇다고 글쓴이 김은형 님이 어릴 적에 겪거나 느낀 달동네 삶을 들려주지도 못합니다. 자율학습을 빼먹고 살짝 골목을 거닐던 이야기는 있으나, 막상 그무렵 달동네 이웃이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이야기가 없고, 김은형 님에 식구가 달동네 살림살이를 어떻게 가꾸었는가 하는 이야기도 나타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