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트 비엔날레 콕스바잘 준비 중
Orchid Chagma
비엔날레 디데이 2일부터는 본격적으로 갤러리별로 작품 설치가 시작됐다.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질 한국 갤러리와 아이들의 종이접기로 꾸며질 종이접기 갤러리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두 방에 배정됐다.
크기나 위치는 마음에 들었지만 방의 분위기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완공되지 않은 방의 벽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두 갤러리의 작품 설치는 물론 공간을 콘셉트에 맞게 꾸미는 것도 우리 몫이었기 때문에 작품 전시에 대한 압박감은 커졌고, 이 거친 공간을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다. 어론노 다다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즐겨야 해. 이 두 공간만큼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 너희가 즐기지 못하면서 이 공간을 꾸민다면, 절대 재미있는 공간이 되지 못할 거야. 그리고 작품만으로 상상하는 이미지도 있지만, 너희가 직접 섭외하고 만나서 소통했던 작가의 생각, 분위기. 그리고 너희 사진들도 전시되잖아. 이곳에서 이 작품들을 너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없어. 기술적인 도움은 언제든지 줄 테니까. 너희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봐." "'즐거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고민해봐!"그리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론노 다다와 셥보 다다가 중간중간 확인을 하며 조언을 줬다.
한국 갤러리도 문제였지만, 종이접기 갤러리도 문제였다. 아이들의 작품만으로 방을 채우기에는 작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고민도 커졌다. 종이접기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고민하다 종이접기 갤러리에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춰 종이로 나비를 접어 천사 날개를 만들어 포토존을 만들고 색종이를 찢고 조각을 붙여 방글라데시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중간에 워크숍까지 진행해야 해서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워크숍이 끝나면 7시 반. 10시가 넘으면 머무는 집의 대문이 굳게 닫혀버려 간이 9시가 넘으면 일찌감치 집에 가길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선택의 여지 없이 연이은 밤샘작업을 해야 했다.
눈썰미 좋은 친구들이 붙어 우리의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꼬박 3일. 상미와 나 둘만 작업했다면 절대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함께라서 할 수 있었고 즐길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더위와 모기, 잠과 싸워가며 한 밤샘 작업이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밤샘 작업 중 상미 몰래 상미의 생일파티를 한 기억, 우리의 손을 덜어준 친구들과의 밤샘수다, 깊은 밤 정신이 몽롱해질 때면 노래를 불러 우리만을 위해 콘서트, 새벽에 배탈이 났지만 화장실이 없어 고생한 기억(화장실도 설치 전이었다)까지도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