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협동에 물들다10/31(토) 강동구청 앞
이희동
그렇다면 왜 이렇게 축제가 많은 걸까? 이는 결국 1990년대 들어와 다시 시작된 지방자치제도와 관계가 깊다. 지방자치제가 활성화되면서 각각의 지자체들이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축제를 경쟁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인인 자치단체장은 짧은 임기 내에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주민들에게 각인 시켜야 하는데, 축제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좋은 기제가 됐다.
실제로 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후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자체가 실시하는 제법 큰 규모의 축제의 경우만 해도 1996년도에는 412건이었던 것이 2010년도를 지나면서 800건을 넘어섰다.
변질되어 버린 축제 문화 문제는 이와 같은 축제의 증가가 그 지역 주민들의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록 축제는 날이 갈수록 더더욱 화려해지고 대형화되고 있지만 정작 그 축제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은 축제가 왜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는지 그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오히려 피곤함만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단순히 홍보가 부족하거나 축제 별 차별성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축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로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열리는 축제들이 예전과 같은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이다.
사실 축제라 함은 인류의 아주 오래된 전통으로 고대 제사에서부터 유래되었다.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웠던 부여의 영고나 고구려의 동맹이 그 대표적인 예로서, 사람들은 그와 같은 예식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그 핵심가치를 지켜왔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전쟁이나 천재지변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사람들은 축제를 열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소속을 확인하고 '우리'를 인식했다. 축제는 과거 '우리'라는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그 축제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근대화와 함께 1960, 1970년대까지 존재한 기존 공동체들이 붕괴되면서 축제가 지닌 본연의 가치는 흐릿해지고, 그 외형적인 형태만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우리'를 확인하던 축제의 가치는 사라지고 단순히 유희의 수단 혹은 특정 주체의 홍보 수단으로 축제가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자치제의 등장은 이와 같은 축제의 변질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