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지나온 청춘을 돌아보며 쓸쓸함과 우울을 호소하는 중년이 적지 않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하다.
구창웅 제공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우리는 헤어졌지요.../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나를 울려요."
1980년대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10월의 마지막 날마다 자연스레 읊조리게 되는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10월의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올해는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 '화토(화끈한 토요일)'로 이어지는 주말이라 많은 수의 청춘남녀들이 10월의 끝자락과 가을의 절정을 즐길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이라 할 이들은 가수 이용도, '잊혀진 계절'도 잘 알지 못한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50대 중반의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요즘 우울하다.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했다. 중년의 무기력감에 휩싸인 김씨는 "찬바람이 불어오니 인생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괜스레 쓸쓸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다"는 탄식을 자주 쏟아낸다. 김씨에게 불금을 즐겼던 청춘은 이미 '잊혀진 계절'이 됐다.
사라진 젊음의 자리에 들어선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방치하면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은 약물 치료와 함께 정신적인 방면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신적인 치료' 방법의 하나가 바로 독서다. 특히 만산홍엽(滿山紅葉),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절정을 이루는 10월의 마지막 주말은 책 읽기에도 좋은 시점이다.
보수적 시인 서정주와 진보적 시인 고은... '가을의 서정' 노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노래한 미당 서정주의 '푸르른 날'은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의 목숨도 내놓을 수 있었던 청춘의 기억을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