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동남아식품(다문화식품, Asia Food) 코너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아 등 각국어로 안내하고 있는 Asia Food( 동남아식품). 근거를 알 수 없는 '다문화식품'이라는 한글 안내문도 보인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어는 어순이 틀렸다.
고기복
하나로마트에선 역한 냄새가 나거나 통조림·병에 들어 있는 식품을 제외하고, 수입식품들이 국내산과 함께 진열된 것을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산 바나나·파인애플·망고, 태국산 파파야·두리안, 중국산 호박씨·콩나물, 베트남산 마른 오징어·쌀 종이 등등, 관심 갖고 살피지 않으면 확인도 어려운 상품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 중 특이한 것은 동남아에서 흔한 채소인 여주, 바질, 오크라, 줄콩, 공심채 등이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 농가에서 재배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타오가 두리안을 '농협'에서 사 왔다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도 소비자'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농협이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민들을 영업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협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도농복합도시 덩치 큰 마트들에선 아시안 식품 코너가 따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도농복합도시에서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민이 중요한 소비자, 고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논란도 없지 않습니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하나로마트는 원형 수입 농산물을 팔 수 없고, 수입농산물로 만든 가공품만 제한적으로 취급 가능합니다.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는 매해 국감 때마다 지적되지만 시정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농협에서는 '다문화가정'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FTA로 가격이 폭락하고, 판매량마저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농협이 외국산 농산물을 무분별하게 수입 판매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문화가정, 이용자 편의를 위한다는 것은 수익 창출에 골몰하는 대형 유통 공룡인 농협의 궁색한 변명일 뿐입니다.
물론 국내 농가에서 재배한 여주, 바질, 오크라, 줄콩, 공심채 등은 농협이 판매와 생산을 장려해도 될 것입니다. 다만, 내국인이 더 많이 찾는 수입농산물 판매는 다른 마트, 영세 지역 상인들에게 양보했으면 합니다. 국내 농산물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 향후 하나로마트가 해외로 진출했을 때 도움이 되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언젠가는 귀국할 예비 소비자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하나로마트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한 농협 관계자는 '다문화 가족 편의를 위해서 하나로마트에서 다문화식품 코너를 개설하여 수입농산물로 가공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수입 원형농산물은 절대 팔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는 "바나나를 팔아보려 한 적이 있지만, 바나나 때문에 다른 국산 과일이 덜 팔리면 그 손해가 바로 농업인에게 가기 때문에 팔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일부 하나로마트에서 매출 부진과 다문화가정 편의를 핑계로 수입 원형농산물을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협중앙회는 그러한 판매행위를 한 농협에는 자금 지원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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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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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하나로마트에 동남아식품 코너가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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