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반대 대자보가 진화 중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 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대에서 27일 붙은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상장' 대자보.
영남대 김영교, 하이네
"모범상 제1호, 박근혜 대통령. 위 각하께서는 교과서 전반에 나타나는 '그런 기운'을 포착해 많은 수꼴들의 뇌내망상을 현실에 구현하며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점, 그것으로 유신 복고를 꿈꾸는 세력들에게 푸른 희망을 안겨주는 등 유신잔당의 모범이 되므로 상장을 수여함."대학가에 붙는 '국정 교과서' 반대 대자보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대자보가 나왔다. 이 대자보는 박 대통령이 과거 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대에서 27일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2일 청와대 '5인 회동'에서, "(현재 교과서에)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게 어떤 부분인가"라는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질문에 박 대통령이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한 답변을 패러디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교과서 전반의 '그런 기운'을 잘 포착했다"는 신선한(?) 상장 대자보에 트위터리안들은 "기발하다"며 약 1010회 공유했다(28일 오전11시).
이 대학이 있는 대구 지역은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19일에는 영남대 역사학과 교수 4명(류준형, 손승회, 이수환, 장문석)이 "국정화 논의는 지난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국정교과서 체제의 망령을 되살리는 역사 왜곡의 터널"이라며 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관련기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교수 469명을 소개합니다).
상장은 27일 일자로, '영대학회 <사람들> 학회장 김영교' 이름으로 수여됐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은 국회 2016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다시금 정부 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을 재천명한 셈이다.
'국정화 비밀 TF' 논란 빗대 "포졸들이 집현전 지키고 있다"풍자와 해학을 이용한, 색다른 대자보들도 속속 알려졌다.
최근 서강대학교에서는 "나랏말싸미 둉북(종북)에 달아 내 이를 어엿비 여겨 이상한 걸 맹가노니…"라는 문구의 '국정화 반대 대자보 연작'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25일 '국정화 비밀 TF'가 아니냐며 야당 의원들이 방문한 서울 국립국제교육원 앞을 경찰들이 지키고 선 사진도 있다. 작성자는 사진 아래 "포졸들이 집현전을 지키고 있다"고 쓰며 이를 풍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