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부터) 팔공산 전경, 갓바위부처, 동화사 대웅전, 동화사 봉서루의 사명대사 유적 '영남치영아문' 현판, 송림사 5층전탑
정만진
팔공산에서 단풍을 구경하는 길은 파군재에서 출발하여 파계사 삼거리를 거친 다음, 동화사 삼거리로 내려와 다시 파군재로 돌아오는 여정이 '최고'로 추천할 만하다.
파군재는 왕건이 견훤의 후백제 군대에 대파를 당한 고개로, 삼거리 가운데에 신숭겸 장군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파계사 삼거리까지 고목 분위기를 풍기는 큰 나무들이 울긋불긋 단풍을 뽐내고 있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파계사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동화사 방향으로 나아간다. 나무들이 크기는 작아져도 그 대신 아담하고 아기자기하여 또 다른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이정표가 도로변에 세워져 있지만 단풍 구경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니 무시해도 좋다.
몽고군이 쳐들어와 초조 대장경을 불태운 부인사가 중간쯤에 있다. 부인사는 절집들이 그 당시 전소되었지만 아름드리 고목들이 많이 남아 있어 단풍 나들이 장소로는 썩 괜찮다.
동화사 아래를 지나 내려오면 갓바위부처가 있는 관봉과 파군재로 돌아오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단풍만 보려면 파군재로 돌아오면 되고, 산정에 새겨져 있는 '세계 유일의 갓 쓴 돌부처'를 구경하고 싶으면 좌회전하여 관봉 쪽으로 가야 한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갓바위부처까지 오르는 데에는 대략 30분가량 걸린다. 갓바위부처의 공식 이름은 '관봉 석조여래 좌상'으로, 국가 지정 보물 431호이다.
팔공산에는 보물이 많다. 동화사에 있는 것만 살펴봐도 성보박물관의 사명대사 초상(보물 1505호), 보조국사 초상(1639호), 아미타회상도(1601호), 당간지주(254호), 부도(601호), 금당암 동서 3층석탑(248호), 대웅전(1563호), 목조 약사여래 좌상(1607호), 비로암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244호), 비로암 3층석탑(247호), 봉황문 앞 절벽의 마애여래좌상(보물 243호) 등 11점의 보물이 떠오른다.
그 외에 북지장사 대웅전(805호), 파계사 목조 관음보살 좌상(992호)과 영산회상도(1214호), 기성동 3층석탑(510호), 송림사 5층전탑(189호)도 보물들이다. 염불암 청석탑과 마애 여래 좌상 및 보살 좌상, 동봉 석조 약사여래 입상, 동화사 극락전, 부인사 서탑과 석등, 파계사 원통전, 비로봉 마애 약사여래 좌상, 송정동 석불 입상, 신무동 마애불 좌상, 서봉 삼성암지 마애 약사여래 입상 등 유형문화재들과 기타 문화재자료까지 나열하자면 그저 '팔공산에는 문화재들이 숱하게 많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