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이 바다로 나아가는 배를 탔던 군학마을. 그 모습을 지켜봤을 수령 520년의 느티나무 고목이 마을 입구에 서 있다.
이돈삼
배설이 약속을 어겼다고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이순신은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지역주민들의 배를 동원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이 마을 출신의 김명립과 해상의병 마하수에게 향선을 구해올 수 있는지 물었다. 김명립과 마하수가 바로 구해 오겠다며 어선이 모여 있는 포구로 달려갔다.
다음날(8월 18일) 아침, 안개 자욱한 바다의 물살을 헤치고 있는 어선들이 보였다. 한두 척이 아니었다. 해안에 가까이 온 배들을 확인하니 마하수, 백진남, 정명열, 김안방, 김성원, 문영개, 변홍원, 정경달 등이 타고 있었다. 동원돼 온 배가 10척이나 됐다.
이순신은 김명립과 마하수에게 큰 일을 해냈다며 치하했다. 배를 몰고 온 지역의 선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역시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모든 일 다 제치고 달려오는 호남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