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는 지금, 가을걷이 축제 중

이나리 신사의 누키호사이를 찾아서

등록 2015.10.26 11:41수정 2015.10.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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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낮 교토 남쪽에 있는 이나리 신사(후시미이나리다이샤, 伏見稲荷大社)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가을걷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아무래도 가을걷이의 대표는 논농사의 수확인 벼베기일 것입니다. 해마다 가을 교토 이나리 신사에서는 가을걷이를 신에게 감사하는 의식으로 누키호사이(抜穂祭)를 엽니다.


            이나리 신사 입구와 멀리 아래 마을 쪽에서 올려다 본 이나리 신사와 뒷산입니다. 산 중턱 산길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나리 신사 입구와 멀리 아래 마을 쪽에서 올려다 본 이나리 신사와 뒷산입니다. 산 중턱 산길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박현국

먼저 신사 본전에 신사 직원인 구지들과 벼베기에 참가하는 마을 사람들이 모입니다.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미코(巫女)들이 춤을 추며 의식을 거행합니다. 이것이 끝나면 신사 뒤 골짜기에 있는 신전(神田)이라는 논으로 향합니다.

신전에 도착하여 마을 사람들이 벼베기를 합니다. 이곳 신사 뒤 골짜기에 있는 신전은 논농사로 대표되는 농사의 수확을 신에게 감사하고, 제물로 올릴 특별한 쌀을 가꾸는 곳입니다. 신전 논에서 마을 사람들이 벼를 베는 동안에도 미코들이 낫과 벼이삭을 들고 춤을 춥니다.

미코들은 우리나라 무당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일본에서 무녀는 거의 사라졌지만 춤은 남아서 신사에 속한 젊은 여자들이 춤을 배워 의식 때만 춤을 춥니다. 무녀는 네 명으로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앉거나 서고, 왼쪽, 오른쪽으로 돌거나 방향을 바꾸며 춤을 춥니다. 비교적 늦은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미코들이 낫과 벼이삭을 들고 춤을 추고, 아래 논에서는 벼를 베고 있습니다.
미코들이 낫과 벼이삭을 들고 춤을 추고, 아래 논에서는 벼를 베고 있습니다. 박현국

원래 이나리 신사는 헤이안 시대 교토가 도읍지로 정해지기 전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씨족 신을 모신 곳이었습니다. 이나리는 이이나리라고도 하며 이곳에서 빌면 좋은 것이 많이 생긴다는 뜻으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특별히 외국인 일본 방문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가장 많이 방문한 곳, 가장 멋진 곳으로 이나리 신사가 두 해 이어서 뽑혔습니다. 이나리 신사는 입장료도 없고, 시설도 넓고, 일본스러운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나리 신사에서 볼 수 있는 일본스러운 것은 도리이입니다. 이나리 신사에서는 뒤로 이어진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산길에 도리이가 세워져있습니다. 


도리이는 입구에 세워서 성스런 곳으로 신사와 밖을 구분하는 표시입니다. 도리이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할 것이 있는 사람들이 자원하여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나리 신사는 오래되어 도리이를 세우겠다고 자원하는 사람들의 청에 따라서 도리이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도리이가 차고 넘쳐 이제 산 꼭대기까지 닿았습니다.

            이나리 신사에서 산꼭대기까지 이어진 도리이 터널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나리 신사 뒷산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교토 시가지입니다.
이나리 신사에서 산꼭대기까지 이어진 도리이 터널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나리 신사 뒷산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교토 시가지입니다.박현국

일본 사람들은 가족 중 누구인가가 죽으면 한 해 동안 도리이 아래로 지나지 않고 도리이를 비껴서 신사에 들어갑니다. 장례를 경험하면 부정하다는 사고 방식이 있나봅니다. 정월 초에는 볏짚으로 금줄을 만들어 도리이 위에 걸어놓습니다.


요즘 교토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습니다. 아마도 지금이 가장 많고 이제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8월 이후 중국 경기가 좋지 않아져 이제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광객 수나 관광 관련 매출 규모가 작년에 비해서 거의 두 배 가깝게 늘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교토시민과 관광객을 위해서 연주를 하다

            교토역 빌딩 야외 공연장에서 교토부 고등학교 취주악부 학생들이 공연을 벌였습니다.
교토역 빌딩 야외 공연장에서 교토부 고등학교 취주악부 학생들이 공연을 벌였습니다. 박현국

교토역 빌딩 계단식 연주 광장에서는 교토시와 교토부 지역 고등학교 밴드부 연맹에서 주관하는 가을철 고교 밴드 축제가 열렸습니다. 고등학교 밴드부 30여 개 팀이 22개 순서로 나누어 약 30여 곡을 연주했습니다.

젊은 고등학생들이 특별 활동을 통해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많은 교토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서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연주가 끝날 때마나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치면서 즐거운 신간을 가졌습니다.

교토는 가을철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와 신사와 절에는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넘치고 있습니다. 신사에서는 풍요를 감사는 축제를 지내며 벼농사의 향수를 자극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교토 역 빌딩에서는 음악으로 사람을 붙잡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아울러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교토에서 맛볼 수 있는 가츠구라 돈카스입니다. 돈카스와 밥, 된장국, 장아찌 따위를 같이 먹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밥과 된장국, 장아찌를 같이 먹습니다.
교토에서 맛볼 수 있는 가츠구라 돈카스입니다. 돈카스와 밥, 된장국, 장아찌 따위를 같이 먹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밥과 된장국, 장아찌를 같이 먹습니다. 박현국

참고누리집> 이나리 신사, http://inari.jp/, 2015.10.25.
교토부 취주악 연맹, http://www.kyoto-suiren.jp/, 2015.10.25.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나리 신사 #누키호사이 축제 #도리이 #교토부 취주악 연맹 #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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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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