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 제3보루 봉수대
여경수
지난 22일 충청북도 옥천군에 있는 환산(고리산) 산행을 다녀왔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옥천 나들목을 나오는 순간부터, 정지용 시인의 <향수의 고장>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표지판에서도 정지용 생가와 정지용 문학관을 표시한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일본 강점기에 시인 정지용은 우리의 토속어로 한민족의 정서를 나타내는 시를 다수 발표했다. 또한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과 같은 시인들을 발굴했다. 정지용은 6.25전쟁 당시 납북 당한다.
지금에서야 지방자치단체가 정지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1988년 해금되기까지는 정지용의 문학작품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였다. 환산 등산로를 찾아가는 길에 둘러본 옥천은 <향수(鄕愁)>에서 묘사된 공간처럼 산수가 수려했다.
옥천군 군북면에 위치한 환산(環山)을 지역민들은 예전부터 고리산으로 부른다. 환산은 고리처럼 연결된 산이다. 환산은 6개의 큰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환산은 대전과 보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삼국시대에는 환산을 비롯한 근처에 고리성, 관산성, 삼년산성과 같은 성을 둘러싸고 백제와 신라군이 치열하게 다투었다.
특히 환산은 백제 성왕의 원한이 스며든 산이다. 환산의 봉우리마다 백제의 왕자 부여창(훗날 백제 위덕왕)이 만든 산성이 현재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부여창의 아버지인 성왕은 무령왕의 아들이다. 성왕은 백제의 수도를 공주(웅진)에서 부여(사비)로 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