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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함께어린이
강창훈 님이 쓴 <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라는 어린이 인문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세 나라'는 한국하고 중국하고 일본입니다. 세 나라가 지난 이천 해에 걸쳐서 서로 어떻게 어우러지며 살았는가 하는 대목을 짚으면서, 세 나라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면 함께 아름답고 즐거운 삶이 되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외교 문서에는 어떤 글자를 사용해야 했을까? 당연히 중국 황제가 사용하는 한자를 사용해야 했어. 중국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한자를 알아야 했단다… 중국과 외교 관계가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학문과 문화 교류도 늘어 갔어. 국경을 오가는 무역도 증가했지. 그 바람에 한자의 쓰임새도 함께 커졌어." -36쪽
흔히 한국하고 중국하고 일본을 '한자 문화권'이라고도 말하는데, 이 말은 썩 옳지 않습니다. 예나 이제나 세 나라에서 모든 사람이 한자 지식을 갖추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은 학교 교육 힘으로 꽤 많은 사람이 한자 지식을 갖췄지만, 한자를 아는 사람보다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더 파고들어서 말한다면, '글을 모르는 사람'이나 '글을 안 쓰는 사람'이나 '글을 안 읽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지난 날에는 어떠했을까요? 이천 해 앞서 세 나라에서 '한자를 알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중국에서도 한자를 알던 사람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도 정치 권력이나 문화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글이나 책을 읽을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이나 일본도 한국하고 똑같은데, 거의 모든 사람들, 이를테면 90퍼센트가 넘는 수수한 사람들은 시골에서 흙을 부치며 살았어요. 시골에서 시골지기로서 땅을 일구며 먹을거리를 지은 사람들은 글(한자)도 책도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문화권'이라는 말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입니다. 권력자끼리 의사소통을 하려고 쓰던 글인 한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권력자는 바로 이 '의사소통 도구'인 한자를 빌려서 여느 사람들을 짓눌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