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심 재일본 시지 <종소리> 대표가 울먹이며 고국의 문우들에게 인사 말을 하고 있다.
김이하
서양속담에 "말이 살아있는 한 그 국민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또 프랑스의 작가 알퐁스 도데는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에서 "가령 어떤 국민이 노예의 신분이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국어를 건실하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자기가 갇힌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곧 말은 겨레와 나라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임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종전 70년이 지난 지금도 도쿄 한복판에서 우리말로 된 시집을 계간으로 펴내면서 우리말과 글을 오로지 지켜가는 시지 <종소리>회원들이 있다.
시지 <종소리> 대표 오홍심 선생의 귀국 환영 모임인 '오홍심 문학의 밤'이 지난 주말(10월 16일) 서울 낙원동 한식집 '낭만'에서 열렸다. 이 문학의 밤은 그날 즉흥적으로 이뤄졌지만, 우리 8천만 겨레의 정체성을 밝히는 대단히 진지하고, 의미 있었던 행사였다.
오홍심(吳紅心) 선생은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서 서당 훈장이었던 아버지 오두흡(吳斗洽) 선생의 따님으로, 1941년 일본 효고현(兵庫縣)에서 태어났다. 그는 조선대학교 통신학부 사대반을 졸업한 뒤, 센보꾸조선초급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은 이래 40여 년 교원으로 지냈다. 현재는 일본 도쿄에서 재일동포 시지 <종소리>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