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서울과 춘천을 오가던 길. 숲 속으로 희끗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석파령너미길.
성낙선
강원도가 '강원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경계 지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 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려면 대부분 46번 국도를 이용했다. 이 국도를 타고 춘천을 향해 가다 보면,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지점에 걸쳐 있는 '경강교'를 지나면서부터 주변 풍경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경강교를 건넌 뒤로는 인가가 부쩍 드물어진다. 산은 높아지고 길은 점점 더 험해진다. 그때까지 대체로 낮은 평지를 달려온 자동차들은 경강교를 지나면서부터는 바위 절벽 아래를 위태롭게 지나가야 한다. 그 차들은 때로 강물 위를 지나가야 할 때도 있다. 절벽을 깎아내고 만든 도로 아래로 북한강이 흐른다. 절벽을 깎아낼 수 없었던 곳에서는 할 수 없이 강 위에 수십 미터 높이의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다시 도로를 깔아야 했다.
이 도로 위를 지나갈 때면, 그 옛날에 이 도로를 건설하던 사람들이 치러야 했을 생고생이 떠오른다. 도로를 만드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도로의 생김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도로가 완공되기 전에는 춘천을 오가는 일 자체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도 자동차를 몰고 이 길을 지나갈 때면,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배곤 한다. 바위 절벽 아래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 꽤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옛날 이런 도로마저 없던 시절에 부득이 서울과 춘천을 오가야 했던 사람들은 또 어떤 고생을 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들은 춘천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큰 불편과 모험을 감수해야만 했을 것이다. 아마도 길을 가는 도중에 깊은 산 속에서 맹수와 산적을 만나는 일도 결코 드물지 않았을 것이다. 그 길을 누군가 소금기 가득한 땀과 눈물을 흘리며 지나갔을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