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튀김가루 팔다 952만원 과징금이라니

울산시 행정심판위, '과징금 취소 청구' 받아들여 "제도 보완 필요"

등록 2015.10.22 14:11수정 2015.10.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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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등을 신고하면 10만 원 이내의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관련해서 이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면 공익신고 보상제도에 따라 과징금의 최대 20%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에 따라 포상금을 노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일명 '식파라치'의 활동으로 전국의 많은 영세업주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호소를 받아들여 심사를 거친 후 과징금을 경감해 주는 사례가 나왔다.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9월 24일 마트 등을 운영하는 9명의 상인이 울산지역 기초지자체(장)를 상대로 낸 '식품위생법 위반 기타 식품판매업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여 과징금을 70%가량 감경하는 일부 취소 판결을 내렸다. 조사 결과 억울한 점이 확인된 것인데, 유통기한이 지난 튀김가루 1개를 팔았다가 952만 원의 과징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과징금 부과 업체 "문제 제품 어떻게 1분 만에 찾았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구매하는 동영상 등의 증거자료를 국민권익위에 제출하면 국민권익위는 이를 확인 후 이를 해당 지자체에 보내 과징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울산 북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씨와 B씨는 지난 4월 27일 유통기한이 미표시된 믹스생강 1개와 다진 마늘 1개를 판매한 일로 신고됐다. 두 사람은 2개월 뒤인 6월 29일 북구청장으로부터 과징금 616만 원과 546만 원을 각각 부과받았다. 이에 A씨와 B씨는 "억울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울산시 행정심판위가 확인한 신고 동영상에는 신고인이 지난 4월 27일 오후 4시 C마트에 입장해 1분 뒤에 유통기한이 미표시된 믹스생강을 발견하고 3분 뒤에 계산한 것으로 나왔다. 신고인은 이어 4시 35분에 D마트에서 2분 만에 유통기한이 미표시된 다진 마늘을 발견하고 4분 뒤에 계산했다.


신고인은 2개 마트를 35분 간격으로 출입해 유통기한 미표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해당 제품 판매일인 4월 27일로부터 한 달이 지난 6월 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마트업주는 "마트 내의 CCTV 동영상 자료 보관 기한인 1개월이 지나 신고를 해 신고인이 사전 계획을 했는지의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북구의 한 마트 업주 E씨도 지난 4월 27일 유통기한이 지난 튀김가루 1개를 팔았다는 신고로 6월 29일 북구청장으로부터 과징금 952만 원을 부과 받았다. 이에 E씨도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해당업주는 "신고인이 매장을 출입할 때부터 구매하는 전 과정이 동영상으로 상세히 촬영했는데, 마트에 입장한 후 1분 만에 넓은 매장 내 수천가지 제품들 속에서 하나뿐인 유통기한 경과제품을 찾아내서 신고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 업주는 '많은 부침가루 상품들 중 유통기한 경과제품이 1개인 점, 마트에 입장 후 해당 진열대로 바로 찾아간 점, 해당 진열대에서 해당 제품을 적발하는 것이 10초도 채 걸리지 않은 점, 동일 제품이 여러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음에도 해당 진열대를 찾아 유통기한 경과 제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발한 점'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는 통상적인 구매 형태로 볼 수 없고 사전 계획이 아니고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마트업주의 주장을 심사한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는 결국 일부 억울한 점이 인정된다며 과징금 경감 조치를 판결했다.

과징금 규모, 1일 매출액에 영업정지 일수 곱한 금액

기한이 지난 부침가루 1개를 판매한 과징금 952만 원은 어떻게 책정됐을까. 울산시 법무통계담당관실에 따르면 과징금 규모는 지자체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은 해당마트의 1일 매출액에 영업정지 일수를 곱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토록 하고 있고 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 보상제도는 신고자에게 과징금의 최대 2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5천 원짜리 부침가루를 판매한 마트업주는 952만 원의 과징금을, 신고인은 이의 20%인 190여만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울산시 법무통계담당관실 측은 "지난 9월 24일 행정심판위 판결이 나온 후 후속 절차를 밟았고, 이를 공론화 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로 공개 시일이 걸렸다"며 "하지만 영세상인 등의 억울함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공개해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져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포상금을 노린 '식파라치'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신고기한 도입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지만 법 개정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울산시 행정심판위 관계자는 "식파라치의 악의적인 신고를 제한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해당협회 또는 조합과 각 구·군에 교육을 실시하는 등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식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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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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