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을 마치고 조촐한 음식으로 식사하는 사람들
송성영
신랑 신부가 신혼 방으로 들어서면서 모든 예식이 끝났다. 예식을 마치자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식사를 한다. 신부 집에서도 그랬듯이 신랑 집에서도 식사는 남자들부터 먼저 한다. 잔치 음식은 아주 소박하다. 장작불을 지펴 남자들이 준비하는 온갖 향신료가 들어간 수프와 얇은 밀가루 빵, 짜파티와 요구르트 종류의 음식이 전부다. 대부분 평상시에 식사하는 음식들이다.
마을 사람들 틈에 끼어 식사를 하고 나서 잔칫집을 빠져 나와 길 따라 걸었다. 결혼식을 본 기분이 즐거워야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 조금 전 어린 신부의 무표정한 표정이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즐거운 결혼식, 엄니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그 신부의 얼굴에 새색시 였던 우리 엄니의 얼굴이 겹친다. 열아홉에 시집와 8남매의 지식을 낳고 도중에 하나를 잃었던 우리 엄니. 일가친척 하나 없는 낯선 마을에 갓시집와 첫날 밤을 보내야 했던 열아홉 엄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지금 인도의 어린 신부가 그런 마음일 것이었다.
내내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던 인도 신부의 표정을 지워내 가며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디선가 인도의 전통 음악 소리와 함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걸음이 빨라진다.